주역은 64개의 괘로 길흉을 따진다. 64괘 중에서 가장 좋은 괘가 겸(謙)이다. 겸손할 겸은 말씀 언(言)과 아우를 겸(兼)이 합쳐진 자다. 말할 때 상대를 배려해서 하면 자연 겸손해진다는 뜻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해는 겸과는 거리가 먼 해가 될지 모르겠다.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성을 잃는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는 항상 옳고 똑똑하고 구국의 영웅이다. 들보 같은 흠결도 ‘세상에 안 그런 놈 어디 있느냐’고 하고, 티끌만 한 장점은 “세상에 이런 사람 또 있느냐”고 한다. 무조건적이다. 정책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세금은, 보육은, 가계 빚은, 실업문제는 어찌 풀지 궁금하지도 않다. 그건 난 모르겠고, 뽑아 주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식이다. 새누리당 충청권..
여당 충청권 의원들이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찾아가 면담했다. 유력한 대권주자와 국회의원들이 견해를 나누고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야 무방한 일이다. 한데 의원들이 지역주의에 기대서 ‘묻지마 지지’를 선언하는 행태는 실망을 넘어 섬뜩하다. 비전과 지향보다는 이해 득실만 따져 지역주의를 부채질해온 정치세력 때문에 한국이 입은 상처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 충북 의원들이 지난 22일 미국 뉴욕에서 “반 총장이 정하시는 길로, 공산당(입당)만 아니라면 따라갈 것”이라고 하자 반 총장은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의원들은 “보수와 중도를 함께 아울러서 가야 한다”고 말했고, 반 총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의원들 발언 취지는 퇴행적이고 조악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실세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가 사법처리된 ‘박연차 게이트’의 장본인인 박 전 회장이 유엔 사무총장 취임 전후에 반 총장에게 달러화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제 나온 보도에 따르면 반 총장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2005년,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총 23만달러를 받았다. 박 전 회장 지인은 “2005년 5월3일 방한 중이던 베트남 응우옌 지 니엔 외교장관 일행 환영 만찬이 열리기 한 시간 전쯤 박 전 회장이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 도착해 반 (당시 외교)장관 사무실에서 20만달러가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은 주한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만찬에 참석했다. 또..
난데없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신드롬을 만들었던 여야의 영입전쟁. 결국 반 총장의 해명으로 일단락됐지만, 반기문 러브콜은 정치권에서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 첫째는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고, 둘째는 한국 정당의 후진성 때문이다. 반 총장이 대선후보 1위를 기록하는 이유는 박 대통령 덕분이다. 반 총장의 리더십은 외교가에서 따뜻한 카리스마로 알려져 있다. 반 총장은 외교부에서 일했을 때 부드럽고 인간적인 면모로 후배들을 이끌면서 그의 리더십을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 레이더에 한번 쏘이면 확실하게 찍히는 정치풍토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최근 김무성 대표가 개헌 이야기를 잘못 꺼냈다가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고생이 많은 것과는 대비된다. 반 총장은 중도적 성향의 인물로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