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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신드롬을 만들었던 여야의 영입전쟁. 결국 반 총장의 해명으로 일단락됐지만, 반기문 러브콜은 정치권에서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 첫째는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고, 둘째는 한국 정당의 후진성 때문이다.
반 총장이 대선후보 1위를 기록하는 이유는 박 대통령 덕분이다. 반 총장의 리더십은 외교가에서 따뜻한 카리스마로 알려져 있다. 반 총장은 외교부에서 일했을 때 부드럽고 인간적인 면모로 후배들을 이끌면서 그의 리더십을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 레이더에 한번 쏘이면 확실하게 찍히는 정치풍토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최근 김무성 대표가 개헌 이야기를 잘못 꺼냈다가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고생이 많은 것과는 대비된다. 반 총장은 중도적 성향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타협과 협상을 중요시한다. 그것은 그의 오랜 외교생활 덕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장애라고 생각하면 가차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연말까지 완성해야 하고, 세월호 유가족들 요구 역시 아니면 아닌 것이다. 야당도 지난해 천막당사 농성을 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는 조용한 리더십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결국 힘센 사람이 이기는 리더십이 박근혜 정권에서 높이 보였다. 그래서 국민들은 아직 잘 모르지만, 검증되지도 않았지만, 뭔가 중립적 입장에서 대화와 협력으로 정치를 이끌 것 같은 반 총장을 선호하는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출처 : 경향DB)
또 다른 이유는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정치인들 덕분이다. 한국 정당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 권력을 좇아서 혹은 유력 대선후보를 따라 정당이 이합집산됐다는 점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1951년 자유당을 만들 때, 자신의 장기집권을 위해서 말 잘 듣는 사람들로 자유당을 구성했다. 그리고 1952년 헌법을 뜯어고치고 2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자유당 사람들의 목적은 오직 이승만 대통령 구하기였다. 대한민국의 정당은 주인이 바뀔 때마다 창당과 분당, 그리고 당명을 수시로 바꾼 역사를 갖고 있다. 박정희 때의 공화당, 전두환 시절의 민정당, 그리고 3당 합당으로 창당된 민자당, 1995년 김영삼(YS) 정권 시절의 신한국당, 1997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만들어진 이회창의 한나라당, 박근혜의 새누리당. 야당도 마찬가지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만들어진 김대중(DJ)의 평민당과 YS를 대권후보로 옹립했던 통일민주당, 또 김종필(JP)의 신민주공화당, 정주영의 국민당, 정몽준의 국민통합21, 노무현의 열린우리당, 이 모든 정당이 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또 대통령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만든 정당이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니, 본래적 의미의 정당 역할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정당정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비운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한국 정당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개선해야 된다고, 정치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이 기회만 있으면 대선 줄서기용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 반기문 추파 사건도 대권 줄대기의 오래된 관행 중 하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가 내년 2월이라고 한다. 역시 논란의 중심은 문재인 의원의 대선 출마 여부이다. 대권주자 문재인 때문에 당권·대권 분리라는, 대표·최고위원 분리선거 논쟁이 격하다. 한국 정치 현실에서 제대로 된 새 정치는 제대로 된 정당 기반을 다지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만, 유력 대권주자 만들기가 더 급하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그 정당을 바꿔야 한다. 정당의 기반도 새롭게 짜고, 지향점 역시 물적 토대 위에서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선거에서 해당 정당이 국민에게 심판받고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마도 현재의 국회의원들은 이 작업을 하기가 난망할 것이다. 유력 대선주자 한 명 모시고 선거를 치러도 그 정치적 생명이 보존되기 때문이다. 바뀌지 못하는 한국 정당, 그래서 새로운 정치, 새로운 정당에 대한 갈증이 더욱 심하다.
유용화 | 시사평론가·동국대 대외교류硏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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