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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실세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가 사법처리된 ‘박연차 게이트’의 장본인인 박 전 회장이 유엔 사무총장 취임 전후에 반 총장에게 달러화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제 나온 보도에 따르면 반 총장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2005년,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총 23만달러를 받았다. 박 전 회장 지인은 “2005년 5월3일 방한 중이던 베트남 응우옌 지 니엔 외교장관 일행 환영 만찬이 열리기 한 시간 전쯤 박 전 회장이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 도착해 반 (당시 외교)장관 사무실에서 20만달러가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은 주한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만찬에 참석했다. 또 박 전 회장 지인은 “2007년 초 박 전 회장 자신이 잘 아는 뉴욕 한 식당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반 총장이 식사하러 오면 3만달러를 주라고 했고,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5월2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어제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 관련자들이 박 전 회장 비서 이모씨 다이어리에 반기문이라는 이름이 두 차례 등장하고, 옆에 돈 액수가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돈을 합하면 모두 5만달러 정도였다고 한다. 이 다이어리는 2008년 7월 국세청 세무조사 당시 확보돼 검찰에 넘겨졌다.

반 총장 측근 인사는 “반 총장은 당시 만찬 중 박 전 회장과 따로 만난 사실이 없다”면서 “반 총장은 그날 전까지 박 전 회장과 일면식도 없었으며 이후에도 박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악의적인 보도가 나오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면서 정치적 배경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런 의혹 제기를 ‘악의적 보도’로만 치부할 게 아니다. 현재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반 총장을 검증하는 것은 오히려 필요한 일이다. 앞으로도 등장할 이런 검증 관문을 기꺼이 통과해야 후보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뇌물죄 공소시효 10년 규정을 내밀며 지금은 죄가 안된다는 식으로 얼버무릴 일도 아니다. 반 총장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익명의 측근에게 맡길 게 아니라 직접 해명하고, 나아가 검찰에 관련 사실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지금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 뒤 온갖 비리로 국정이 마비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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