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791년 프랑스. “여성은 자유롭게, 그리고 권리에서 남성과 평등하게 태어나며 그렇게 존속한다.” 올랭프 드 구즈는 ‘여성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발표한다. 프랑스 대혁명이 내건 자유와 인권은 남성들의 몫이었고,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게 태어났다’지만 인간은 남성만을 의미했다. 그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여성의 관점으로 비판하고 보충한다. “여성이 단두대에 올라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 연단에 올라갈 권리도 가져야 한다”는 그 유명한 10항은 시민으로서 여성의 동등한 권리와 참여를 요구한 것이었다. 1793년, 자신의 말이 예언이라도 된 듯, ‘성별에 적합한 덕성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비난받고 단두대에 오른다. #2. 1792년 영국. “여성이 처한 비굴한 의존 상태를 위장하기 위해 남성이..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연일 숨가쁜 다자외교를 벌이고 있지만 국내 정국은 꽉 막힌 채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송영무 국방·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놓고 대치 중이다. 추가경정예산안도, 정부조직법 처리도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10일까지 재송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재송부 기한을 넘기면 야당 반대에도 임명할 태세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은 그야말로 파행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여권이 임명을 밀어붙이려는 데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아무리 높더라도 명분이 없으면 시민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조..
놀랍지 않다. 한 청와대 남성 행정관의 ‘부적절한’ 책,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여성 의원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비난과 공격. 묵언수행하듯 버티고 있는 당사자. ‘보편적’ 한국 남성의 정서를 반영한 예측 가능한 행동이었기에 솔직히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정작 실망스러운 것은 당사자를 끼고 도는 몇몇 높으신 분들이다. 성차별적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 국정운영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에 큰 문제의식이 없는 듯하다. 이 정권의 탄생을 눈물겹도록 반기고 지원하고, 성공하길 기원하는 한 시민으로서 주요 인사검증 과정에 ‘성평등’이란 요소를 꼭 고려할 것을 고언한다. 물론 평등의식은 가치관이라 검증이 쉽지 않을 터. 추후 구체적인 평가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고려해야 할 이유는 단순하다. 진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