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입가에 모처럼 미소가 번졌다. 목소리와 표정에서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분이다 보니 기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자리는 16일 사퇴 기자회견이었다. 국정농단 사태에 떠밀려 임기 2년 당 대표직을 4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웃음이 나온 것이다. 일주일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는 소식에 “혼밥, 혼술은 해봤지만 ‘혼박’은 처음이었다. 날아갈 것 같다”면서 박수치며 기뻐했던 사람들은 ‘이건 뭐지’라고 했을 장면이다. 이른바 친박이라는 사람들. 자신들이 따랐던 지도자가 국민들에 의해 쫓겨날 상황이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 작금의 현실을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홀로코스트 같은 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국..
새누리당 친박근혜계가 요즘 하는 일을 보면 그 막무가내 행태를 표현할 마땅한 말을 찾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부른 폐족으로 자성하기는커녕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막 나가고 있다. 그제는 박 대통령을 징계하려는 당 윤리위까지 편법적으로 장악했다. 친박 일색의 최고위원회가 이진곤 윤리위원장과 사전 협의 없이 친박 성향 위원 8명을 추가로 임명했다. 기존 윤리위원 7명보다 더 많은 위원을 추가 투입해 대통령 보호막을 치고 나선 것이다. 그래 놓고 “애초 윤리위 구성에 균형이 맞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다. 꼼수와 편법도 모자라 오리발까지 내미는 처사에 할 말이 없다. 참다못한 이 위원장과 기존 위원들은 일괄 사퇴를 선언했다. 친박처럼 몰상식한 정치 집단은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민주 ..
돌이켜보면 의심스러운 대목은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양에 관한 얘기는 그가 정계 입문한 18년 내내 입방아에 올랐다. 박근혜는 늘 짧게 말한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동생이 아니라면 아니다”. 간단명료하다. 처음에는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거니 했다. 알고 보니 그게 다였다. 2012년 대선 토론회에선 정책 현안을 묻는 문재인의 질문에 “그러니까 제가 대통령 하겠다는 거 아니에요”라고 했다.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선 ‘경제회생론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계속되자 “저하고 싸움하시자는 거예요”라고 했다. 본질인 정책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박근혜가 그간 보여준 행적과 언행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수단과 방법은 전무했다. “대통..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탄핵안 표결에 임하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당이 요청한 ‘내년 4월 퇴진·6월 조기대선 실시’를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탄핵이 아닌 자진 사퇴로 마무리하고 싶지만, 탄핵이 되더라도 헌재에서 법리를 다투면서 버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두 사람이 전한 면담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은 이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3차 담화에서 밝힌 ‘임기 단축을 포함한 퇴진’ 방침에서 ‘내년 4월 퇴진·6월 대선’으로 시점만 조금 더 구체화했을 뿐이다. 국정농단..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당 대표로서 가장 힘들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조금만 위기관리의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 달라”며 또다시 사퇴를 거부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실이 탄로 난 이후 이런저런 변명으로 한 달 가까이 사퇴 요구를 피해왔다. 이번에 대통령 도울 시간이 필요해 대표직을 좀 더 하겠다는 것은 시민 분노가 누그러질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시간 끌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와 내각이 공중분해되거나 올스톱된 마당에 대통령 사수의 마지노선인 새누리당 친박세력마저 무너져선 안된다는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 이 대표는 “고립무원의 대통령이 힘들게 이 난국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하시고 괴로워 신음하시는데 나 혼자 맘 편하자고 유유히 곁을 떠나는 의리없는 사..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상이 드러나면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어제 황교안 총리 주재로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었지만 아무런 수습책도 내놓지 못했다. 국정의 한 축인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 퇴진론이 분출하는 속에 친박근혜 세력까지 붕괴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물음에 탄핵 또는 하야해야 한다는 응답이 42.3%로 나와 내각·청와대 인적쇄신(21.5%)으로 마무리하자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90% 투표했던 대구·경북지역에서조차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안보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대통령이 자초한 국정문란으로 식물정권이 되어버린 ..
지난 7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의 해경 고속단정 침몰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이 법 집행에서 무력 사용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는데 집행 권력을 남용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에 벌컨포 등 공용화기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정면 반박한 것이다. 자국 어선이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경 고속단정을 고의로 침몰시킨 일을 두고 그렇게 공격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양국은 2001년 발효된 한·중어업협정을 통해 배타적 경제수역에 근거한 어업질서를 유지해 왔다. 한국 정부는 매년 중국 어선에 할당제를 적용해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조업을 허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갈수록 폭력..
올여름 폭염만큼 뜨거웠던 것이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된 민심이었다. 성난 민심에 일단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선에서 정부가 수습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는 한 매년 여름 더위와 함께 성난 민심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위터코리아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와 함께 지난 8~14일 트위터상에서 가장 이슈가 된 핫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전기요금’이 1위를 차지했다. 폭염에 에어컨 사용이 늘자 전기요금 폭탄을 우려하는 가정이 늘면서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엄격하게 적용되는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의 경우 하루 4시간, 벽걸이형 에어컨의 경우 하루 8시간 사용하면 월 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다”며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