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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당 대표로서 가장 힘들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조금만 위기관리의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 달라”며 또다시 사퇴를 거부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실이 탄로 난 이후 이런저런 변명으로 한 달 가까이 사퇴 요구를 피해왔다. 이번에 대통령 도울 시간이 필요해 대표직을 좀 더 하겠다는 것은 시민 분노가 누그러질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시간 끌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와 내각이 공중분해되거나 올스톱된 마당에 대통령 사수의 마지노선인 새누리당 친박세력마저 무너져선 안된다는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비선 실세 의혹 관련 사죄 인사를 마친 뒤 의원총회장에 입장해 답답한 표정으로 고개를 젖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고립무원의 대통령이 힘들게 이 난국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하시고 괴로워 신음하시는데 나 혼자 맘 편하자고 유유히 곁을 떠나는 의리없는 사람이 되기 싫다”고도 했다. 지금 가장 힘들고 신음하는 사람은 바로 시민들이다. 지난 주말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한결같은 외침은 “이게 나라냐”는 것이었다. 그런 함성을 듣고도 집권당 대표가 분노한 민심에 답하기는커녕 대통령과의 의리 때문에 자리를 지켜야겠다니 억장이 무너지고 듣고도 믿기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험한 꼴을 봐야 정신을 차릴지 앞이 캄캄할 뿐이다. 이 대표는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으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당에 돌아와선 친박계 핵심으로 호위무사 역할을 수행해왔다. 비선들의 국정농단을 방치해 오늘의 파탄을 낳게 한 공범 중 한 명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유일한 비주류인 강석호 최고위원이 공식 사퇴하고 비박계의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도 지도부 사퇴와 박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대표 체제는 이제 국민은 물론 당내에서도 신뢰를 잃고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국정에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언필칭 그가 섬기겠다는 시민 여론에 따라 하루라도 빨리 깨끗이 사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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