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산 뒤 길을 건너던 남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소위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범인은 도주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수했는데, 그는 한사코 ‘사람을 친 것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게 그의 변명이었다. 사고 직후 그가 골목길에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었다든지, 정비소에 가는 대신 직접 부품을 구입해 부서진 차를 고치려고 한 일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사람을 쳤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시종 ‘몰랐다’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편이 뺑소니보다 형량이나 사회적 비난이 작을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의혹이 불거진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몰랐다”이다. 청와대 경..
청와대가 홈페이지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에 글을 올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의혹에 관해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굿판을 벌이거나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괴담이 퍼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결과적으로 의구심만 더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사고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11분이 지난 오전 10시 국가안보실로부터 최초로 서면보고를 받았다. 이후 10시15분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화로 지시하고 10시30분에는 해경청장에게 전화해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시는 이것이 전부였다. 이후 안보실과 정무수석실·교육문화수석설 등으로부터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재장악을 위한 반격에 나서자마자 그 첫 번째 방책으로 보수 결집을 획책하고 있다. 5%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을 조금만 더 끌어올리면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숨은 보수파를 결집시키기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 자신은 청와대에서 장기농성을 하면서 바깥에서 보수 구원병을 조직해 난국을 돌파하는 전술인 셈이다. 제 살길을 찾자고 나라를 벼랑 끝으로 몰고 시민을 분열시키는 막장 승부수까지 던지는 대통령을 보면서 할 말이 없어진다. 박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보수와 진보진영 간 대결 조장도 불사하겠다는 뜻이 역력하다. 최근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정책은 하나같이 보수와 진보 간 견해가 다른 것들이다. 그제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장소인 성주 롯데골프장과 남양주시 퇴계..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은 가부 차원을 넘어 이제 시간의 문제가 됐다. 시민 마음에 박근혜 정부는 이미 실각한 대통령과 아무 일도 못 하는 식물정부로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상의 국정 중단 상태가 앞으로 1년 넘게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일을 매듭짓지 못하면 야 3당과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대통령 퇴진과 중단된 국정을 재개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마침 야 3당 모두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간 ‘대통령 2선 후퇴’라는 모호한 입장에 서 있던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도 그제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야 3당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기 위한 비상시국기구 구성을 위해 구체적 노력에 들어가겠다”며 “조속한 ..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3년8개월 재임 동안 비선 세력의 국정농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막에 덮인 의혹이 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때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다. 박 대통령은 당일 오전 10시30분 전화로 구조 지시를 했고, 오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를 놓고 굿, 성형수술 등 억측이 제기돼왔다. 여당 새누리당은 ‘대통령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며 정보 공개를 막았고, 청와대는 “청와대에서 업무를 봤다”고만 해왔다. 최근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청와대는 당일 오전 10시36분부터 오후 5시11분까지 “15차례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성형수술 의혹에는 담당 의사의 골프장행을 알리바이처럼 대고 있다. 그러..
시절이 수상하다 못해 부끄럽다.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에서 갑자기 대통령의 무능과 부패를 꾸짖는다. 특종 경쟁까지 점입가경이다. 낯설다. 좋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스스로 지금까지의 행태부터 반성해야 한다. TV조선에서 박근혜 불러놓고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 운운하던 건 어쩌고. 반성이 없으니 기회주의로만 보인다. 그런 처신으로 그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 같지는 못할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원인은 수구정치인들의 야합이다. 그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저지른 패악의 결과다. 해방 후 친일매국 부역세력을 청산하지 못해서 악의 뿌리들이 카르텔을 형성했다. 지금의 참담한 상황은 그 유산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 뿌리까지 들어내고 뽑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순..
최순실씨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최근까지 아무런 통제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에 앉아 ‘11문(정문)’을 통해 검문 없이 오갔다는 것이다. 장관들도 출입증 제시와 얼굴 대조를 거친 뒤에야 진입이 가능한 곳이라고 하니 최씨의 위세는 장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법과 시스템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사적 인연에 의한 통치를 행한 것이며 이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공동 정부’였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최씨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을 것이란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박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온갖 국정에 개입했을 것이다. 최씨가 청와대로 올라오는 각종 기밀문서들을 훑어보고 직접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
“경찰에 방패를 돌려주세요!” 지난 29일 오후 8시40분.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 2만여명이 모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일부 시민이 대치하고 있던 경찰관의 방패를 빼앗았다. 근처에 있던 20~30대 시민들은 “방패를 돌려줍시다”라고 외치며 방패를 머리 위로 파도타기 하듯 넘기면서 경찰에 돌려줬다. 10분 뒤 “당신들 프락치 아니냐. 평화롭게 해서 청와대 어떻게 가느냐”고 외치며 시민들의 행진을 막아선 의경을 끌어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번에도 많은 시민들이 “때리지 맙시다” “폭력으로 충돌 일어나지 않게 서로 어깨동무 합시다”라고 말하며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물리적 충돌을 막아냈다. 시민들이 하나둘씩 해산하기 시작한 밤 10시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