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는 여러 가지 눈물이 있다. 기쁨의 눈물, 억울한 눈물, 겁먹은 눈물, 회한의 눈물, 고통의 눈물, 웃음 끝의 눈물, 마지막 숨을 몰아쉰 눈물, 웃픈 눈물, 거짓 눈물…. 눈물을 흘리는 사람과 상황에 맞춰 이름을 짓자고 하면 세상에는 사람들 생김새만큼이나 많은 눈물이 존재할 것이다. 이날의 눈물은 어떤 눈물이었을까. 지난 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날이다. 남보라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은 그는 오후 4시53분 청와대 위민1관 영상 국무회의실에 입장해 국무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 신분’이란 껍데기만 갖게 된 그는 4분54초간 모두발언했고 우리는 TV로 이를 지켜봤다. 이후 TV로는 볼 수 없는 비공개 간담회가 이어졌다.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자리였을 것..
모든 문화권에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숫자가 존재한다. 예로부터 동양이나 서양에선 1을 근원과 통일을 상징하는 수로 여겼다. 2는 여러 문화권에서 분열과 불신을 조장하는 수로 통했다. 중국에선 두 쌍의 부부가 같은 날 결혼하는 것을 금기시했고, 유대교 율법은 남자가 두 여자나 두 마리 개 사이로 지나가는 것을 금했다. 숫자 3을 신성시한 수메르인들은 ‘아누’ ‘엔릴’ ‘엔키’ 등 3명의 신이 하늘과 대지, 물을 다스린다고 믿었다. 동양에선 4를 죽음과 저주를 의미하는 수로 여기지만 서양에선 ‘질서와 통합’을 의미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처음 4개의 수인 1, 2, 3, 4를 더하면 완전한 숫자인 10이 되고, 세상이 물·불·흙·공기라는 4원소로 구성된 것만 봐도 4는 조화로운 숫자라고 했다. 5는 인간의 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기 40분 전에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에 임명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지냈다. 2014년 새누리당 추천 몫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 부위원장을 맡아 특조위를 무력화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석태 특조위원장을 상대로 정치편향적이라고 사퇴를 요구하며 결근투쟁을 벌였는가 하면, 세월호 진상조사를 혹세무민이라며 특조위 활동을 세금 도둑이라고 몰아 유족들 가슴을 난도질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추천됐다가 낙하산 비판이 일자 사흘 만에 물러났다. 지난 8월엔 현직 부장판사가 오피스텔 성매매로 적발되자 “성매매금지법은 폐지돼야 하고 성매매하는 사람 누구도 처..
새누리당 ‘친박계’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막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탄핵 가결 때 정략적 이득이 야당에 돌아갈 것이라면서 ‘비박계’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한 줌의 이익을 들이대는 반역사적 행태가 놀랍기만 하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가장 덕을 보는 사람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라고 했다. 나라를 도탄지경으로 몰고 온 대통령과 자신들 과오를 참회하기보다는 정치적 셈법을 운위하며 의원들을 겁박한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지금이라도 탄핵안을 중지시키고 4월 사임, 6월 대선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서 국회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 탄핵만 막아보자는 것이다. 친박 중진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
요즘 새롭게 시민의 힘, 참여의 힘을 느낀다. 지난 9월20일 한겨레신문이 ‘최순실’이란 이름을 거명하기 시작하면서, 보다 직접적으로 지난 10월24일 JTBC가 최순실씨의 태블릿 PC에 관한 보도로 국정개입 사건의 전모를 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격랑에 휩싸여 버렸다. 바로 그 주 주말인 10월29일부터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라며 시민들의 자발적 촛불집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12월3일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인 232만명이 참여한 6차 집회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 시민들은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평화롭지만 도도한 분노가 우리 사회를 바꿔나가고 있다. 광장에서 만난 많은 이들은 말한다. 머릿수 하나라도 채우러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 의원들은 입장을 천명했지만, 유독 새누리당 초·재선 80여명의 표심만 안갯속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권력 재편은 물론 이후 국회 재구성까지 이들 손에 달린 형국이다. 여당 초·재선 의원들이 방관하지 말고 책임있게 행동하고 시민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 이유다. 탄핵소추안은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등 171명 명의로 발의됐다. 나머지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비주류 30여명은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지도부와 친박계 30여명은 반대를 천명하고 있다. 나머지 60여명은 침묵하거나, “고민 중”이라며 답변을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익명의 그늘 뒤에 숨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제만 해도 232만명이 전국 67곳에서 촛불을 들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