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세력들이 전면적인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최순실씨는 그제 열린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가운데 8가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것인데 공모 사실 자체가 없으니 무죄라는 논리도 폈다. “죽을죄를 졌으니 용서해 달라”며 검찰청에 들어서면서 머리를 조아리던 게 불과 50일 전 일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헌법·법률 위반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최순실의 비리를 전혀 몰랐다’며 국회가 제시한 13가지 탄핵 사유를 모두 부인했다. 몇 차례 반성하는 대국민사과를 일방적으로 하고 눈물도 흘리는 듯하더니 이제 와서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식이다. 갖은 비리에 찰떡궁합을 과시하던 두 사람은 기억상실증도 동시에 걸리는 모양이다. 최소한의 양..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곧잘 비교됐던 미국 대통령은 앤드루 잭슨(1767~1845)이다. 미국 제7대 대통령이었던 잭슨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비주류 출신이다. 정치조직을 활용하지 않고 유권자를 상대로 유세를 벌여 당선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인 잭슨의 지지계층은 노동자·농민 등 서민이었다. 하지만 주류 정치인들은 그를 ‘서부 출신 촌뜨기 대통령’으로 경시했다. 그래서였을까. 잭슨은 대통령 취임 이후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각료들을 제쳐두고 측근들과 국정을 논의했다. 이에 반발한 각료들은 잭슨이 ‘키친 캐비닛’(주방 내각)을 운영한다고 비난했다. 미국 가정에선 일반 손님은 응접실(Parlor)까지만 들이고, 친한 사이만 주방(Kitchen) 출입을 허용한다. 이에 빗대 미국 정가..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반박 답변서는 박근혜와 최순실의 저지레를 ‘키친 캐비닛’이라고 한 모양이다. 소가 웃을 노릇이다. 밥만 먹고 이야기만 들었다면 키친 캐비닛이라 한들 뭐라 하겠는가? 그런 거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른 무엇인가를 도모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두 사람이 한 일에 대한 적절한 비유는 키친 캐비닛이 아니라 한겨레신문이 최근 지적했듯 ‘가족기업’이다. 최순실은 남편, 박근혜는 아내라는 얘기다. ‘재산마저도 집단 운영해온 공동운명체’라고 하니, 구태여 부른다면 ‘키친 캐비닛의 대화’가 아니라 ‘베갯머리 송사’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최씨네와 박근혜의 가족기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박정희 유신체제 때는 박근혜는 구국선교단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꼭 열흘이 지났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 퇴진이 헌법과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염원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당·정·청은 반성은커녕 온갖 궤변과 황당한 논리를 늘어놓으며 되레 탄핵민심을 짓밟고 있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헌법 위반 5건, 법률 위반 8건의 탄핵 사유를 모두 부정했다. 나아가 “최순실 등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헌재는 충분히 사실심리를 할 필요가 있다”며 탄핵심판 진행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헌재가 검찰과 특검에 수사자료를 요청하자 곧바로 이의신청을 낸 것 역시 명백한 지연 전략이다. 그러면서 “최순실 국정 관여 비율은 1% 미만” “측근비리가 발생한 역대 대통령도 모두 탄핵..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심판 답변서가 공개됐다. 탄핵 사유를 반박한 박 대통령의 논리라는 게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헌법·법률 위반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최순실의 비리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헌법 위반 혐의 자체를 모두 부인했다. 뇌물죄와 강요죄 등 각종 법률 위반 혐의는 ‘검사의 의견’이나 ‘무분별하게 남발된 언론의 폭로성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과나 반성은 일언반구도 보이지 않는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박 대통령의 뻔뻔함에 소름이 돋는다. 탄핵안의 핵심인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라고 했다. 미르재단 등은 공익사업이고, 박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대가를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려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즉각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기 위한 선거가 실시된다. 헌재의 결정 시점에 따라 대선시기가 달라질 수 있고, 대선후보로 나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퇴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등 정치일정은 매우 급박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받게 될 현시점의 대통령기록 처리와, 실제 탄핵인용이 될 경우 대통령기록 이관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대통령기록 파기와 멸실이 우려된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의 기록관의 장은 대통령 임기종료 6개월 전부터 이관 대상 대통령기록물의 확인·목록작성 및 정리 등 이관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
전국에서 넘실대는 거대한 저항행동을 일단 ‘2016 촛불대항쟁’이라고 불러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었던 한국을 경이로운 눈으로 다시 보게 한 것이 촛불대항쟁이었다. 바로 이 촛불시민이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주판알을 굴리던 국회를 내몰아 마침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게 했다. 촛불의 힘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라는 촛불의 염원은 아직 미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2016 촛불대항쟁은 이미 그 자체로 정치사적 의미가 되기에 충분하다. 외환위기 이후 점점 더 고단해진 시민의 삶은 민주주의를 아득히 잊어버린 듯했고 위임권력은 권력자들만의 것이 되었다. 이 황폐한 정치의 시대에 놀랍게도 2016 촛불대항쟁은 국민주권의 민주주의를 완전히 진화된 형..
이제 우리는 대통령을 탄핵의 심판대에 올려놓았다.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통치권력을 삿된 비선조직에 넘겨 국정을 농단하고, 세월호 등 수많은 재난과 사고에서 직무유기와 무능함으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구히 확보’(헌법 전문)한다는 국가의 존재 목적조차 저버렸다. 우리는 광장의 돌팔매를 대신한 탄핵의 절차로써 대통령이 벌인 탐욕과 불통의 막장드라마를 종결짓고자 한다. 사실 탄핵심판은 이 패악의 대통령에게 공식적이고 영구적인 징벌을 내리는 하나의 요식적인 법 절차에 불과하다. 지금 진행 중인 특별검사나 국정조사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기에 국정농단 사건의 조사와 심판을 맡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그들의 입으로, 그들의 통치용어로 되뇌게 함으로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