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탄핵심판과 관련된 인사를 겨냥해 출처도 없이 만들어지는 가짜뉴스가 대량 유통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속하게 전파되는 위력 때문에 그 폐해는 과거 은밀하게 나돌던 유언비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 서석구 변호사는 지난달 5일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북한 노동신문 기사를 근거로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종북에 놀아났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기사는 가짜뉴스였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1999년 여기자를 성추행해 징계처분을 받았다거나, 중국이 한국 내 유학생 6만명을 촛불집회에 몰래 참여시켰다는 뉴스도 있다. 시몬 라트나 미국 라칸 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이 “한국의 탄핵 흐름이 괴이하고 음험하다”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과 대리인단도 탄핵을 저지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들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일개 사인이 대통령을 조종하여 국정을 농단한 초유의 사태에 국민이 분노하고 궐기하여, 국가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 앞에 펼쳐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참으로 험난하기 짝이 없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누군가에게 조종당하여 국가 최고 권력자로서의 직무를 방기함으로써 국가를 위험 속에 몰아넣은 대통령을 제거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대항하여 그를 무조건 옹호하고 찬양하는 세력들도 만만치 않다. 촛불집회에 대항하여 태극기를 흔들어대는 맛불집회가 열리고, 대통령을 도왔던 새누리당은 여전히 원내 제2당으로서의 위상을..
언론 보도와 특검 수사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애먼 시민이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났다. 설인 지난 28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박사모’ 회원 조모씨가 투신해 사망했다. 조씨는 탄핵 반대 집회에서 사용하는 손태극기 2개를 든 채 몸을 던졌고, 태극기에는 ‘탄핵가결 헌재무효’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박사모 활동 때문에 가족과 불화가 있었다. 유족을 상대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7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는 한 스님이 박 대통령 체포 등을 요구하며 분신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두 사람의 극단적 선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그들의..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늦추기 위해 갖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어제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무려 39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다. 검찰과 특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관련자들을 직접 불러 얘기를 들어보자는 것이다. 증인 1명 심문에 적어도 1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재판이 2주 이상 늘어질 수 있다. 그런데 김 전 실장이나 우 전 수석은 이미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사안에 ‘모른다’고 답한 인물들이다. 헌재 출석 요구를 받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도 모두 불응했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조금이라도 더 대통령 자리에 앉아 반전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속셈이다.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나 주권..
며칠 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결정이 있었다. 그리고 이 결정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언론에 의해 잠깐 동안 제기됐다. 결론부터 이야기해서 이번의 영장 기각결정은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에 별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본다. 심지어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그것이 이 부회장에 대한 무죄판결로 바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유무죄를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라 원활한 수사를 위해 피의자를 구속해 신병을 확보해둘 필요성이 있느냐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이다. 따라서 법원의 영장기각은 현재 상황에서 특검 수사를 위해 이 부회장의 구속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되므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라는 정도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비롯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촛불에서 횃불로 옮겨붙었다. 부문별, 계열별 전문가 집단이나 협회, 단체들의 자잘한 이해관계를 넘어서 대한민국의 기틀을 혁신하려는 이 도도한 흐름은 국민·시민 주체가 만들어내는 촛불공론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이나 시민이라 불리는 주체들이 단일한 실체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따로따로 존재하지만 서로 강고하게 연대한 개별주체들이다. 이렇듯 파편화한 개인들을 엮어주는 공론장은 소셜미디어로 무장한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일궈내고 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거대한 퍼포먼스와 섬세한 몸짓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내는 시민운동가와 문화예술인들의 역할도 매우 크다. 탄핵안 가결 이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변혁의 에너지를 지켜내는 일은 100만 ..
지난 토요일 전국적으로 70만명이 모인 9차 주말 촛불집회에서는 ‘대통령 퇴진’과 함께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심판 진행을 통한 ‘조기 탄핵’을 외치는 국민들의 함성이 높았다. 헌재의 탄핵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첫째, 대통령의 ‘즉각 퇴진’은 대다수 국민들의 일관된 민심이다. 국회의 탄핵소추 직전에 ‘국회가 여야 합의로 퇴진 일정을 정해주면 거기에 따르겠다’는 대통령의 말에 일부 정치권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국민들은 미동도 없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 스스로의 하야가 됐건, 헌재에 의한 파면결정이 됐건 박근혜 대통령과는 함께할 수 없음을 일관되게 밝혀오고 있는 것이다. 헌재가 행사하는 헌법재판권도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주의 원리에 의해 주권자 국민들로부터 위임받..
20세기 초 미국 노동운동의 지도자이자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던 유진 뎁스는 미국인들을 향해 말했다. “나는 설령 그럴 능력이 있더라도 여러분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내가 여러분을 그곳으로 이끌 수 있다면 다른 누군가는 여러분을 그곳에서 끌고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뎁스가 살아서 촛불집회를 본다면 자신의 뜻이 이 땅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느낄 법도 하다. 그만큼 시민들은 특정한 정치 지도자나 정당이 감히 덤벼들지 못할 강력한 정국 주도권을 행사함으로써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게 했다. 아직 확고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상황도 극히 유동적이지만, 주권자가 직접 나서서 기성 정치권이 나라의 새 기틀을 세우도록 강제하고 있는 현실을 혁명으로 부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