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 철학자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가끔 철학적인 고민에 빠지곤 한다. 한숨을 쉬면서 우리는 자신에게 물어볼 때가 있다.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자도 당혹감을 느낄 만한 질문이다. 그렇지만 대답하기 힘들 것만 같은 이런 난문도 형식만 조금 바꾸면 어렵지 않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왜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가?” 대답은 어렵지 않다. 사랑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좋고,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아도 좋다. 어느 경우든 우리는 쉽게 자살을 결정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생을 마감하려고 옥상 난간에 서 있는 어떤 사람을 떠올려보자. 순간 뇌리에 자신이 사랑하거나 혹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떠오른다면, 그는 결코 난간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람이면..
강신주 | 철학자 청량리로 가는 무궁화 열차를 양평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젊은 아가씨가 내게 조심스레 다가오며 물었다. “혹시 강신주 선생님 아닌가요?” 순간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 기억을 일깨워주려는 생각에서인지, 그녀는 5년 전 대학 신입생 때 철학입문이란 내 강의를 들었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제서야 그녀의 눈빛이 어딘지 낯익어 보였다. 강의 때마다 가급적 모든 학생들과 눈을 한 번은 맞추려던 노력의 결실이었을까. 서둘러 열차에 올라타 좌석을 잡은 뒤 그녀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영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녀는 취업 걱정 때문에 벌써 휴학도 한 차례 했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명문 사립대, 그것도 영문과를 다니는 수재가 취업을 걱정하고 있다니. 나도 모르게 그녀처럼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