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복현 |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이번 세계 금융위기는 금융시장에서의 투기적 거래와 신용의 과잉팽창으로부터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금융위기들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이 금융위기가 더욱 발달된 자본시장과 고도화된 금융세계화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1929년 대공황이나 80년대 이후의 여러 금융위기들은 모두 금융시장에서의 투기적 행동이나 과도한 신용팽창에 기초해 발생했다. 그리고 그러한 금융행동은 대부분 자유방임적 경제사조에 힘입어 증대될 수 있었다. 1920년 대공황 직전까지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융시장은 자유방임의 사고 하에서 아무런 규제나 감독도 없이 시장자율에 따라 자유롭게 작동하고 있었다. 또한 80년대 이후에도 세계 각국에서 다시..
장관순기자 ㆍ하나의 불씨가 세계를 불사르다 - 미국발 금융위기의 특징 ㆍ개인들도 금융버블 가담 ㆍ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 ‘그날’이 오기 전 우리는 금융거품과 부동산거품이 두텁게 깔린 소파의 푹신함을 즐기고 있었다. 컴퓨터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게 해준 금융세계화의 신속성, ‘선진금융기법’이 약속한 장기호황의 기대감은 우리를 매료시켰다. 우리가 달콤함에 취해있는 사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라는 바람은 우리의 집과 직장, 재산을 쉽게 불에 탈 수 있게 바짝 말려가고 있었다. 대지가 건조해지면 단비가 내리는 게 시장의 원리라던 신자유주의자들의 외침과 달리 바짝 마른 대지 위에 마른 번개가 내리 꽂혔다. 2008년 9월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것이다. 리..
조찬제기자 지난 9월12일 금요일 오후 6시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회의실.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딧,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디먼,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메릴린치의 존 테인 등 월스트리트의 내로라하는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 의장, 크리스토퍼 콕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준비은행장 등 최고위급 금융당국자들도 참석했다. 가이트너 은행장이 입을 열었다. “정부는 구제금융을 할 의사가 없습니다. 내일 아침 다시 올 때 뭔가(공동 대응 방안)를 준비해 주십시오.” 위기에 빠진 리먼 브라더스와 메릴린치에 대해 한 말이다. 두 회사는 이제 백척간두에 서게 되었다. 누가 벼랑 끝에 ..
1부-(2) 미국을 가다 로스앤젤레스 | 유희진기자 ㆍ“전 세계가 탐욕에 눈멀어 빚잔치를 벌였다” ㆍ과도한 차입 의존 투자방식이 화근…“시스템의 위기” ㆍ사무실 대출 등 터질 문제 많아…‘L자형 침체’ 예상 월가 생활 7년째인 코그네티(37)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터지기 직전까지 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미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는 은행의 판매부서가 그의 자리였다. 부서 내의 트레이더들이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그것을 섞고 짜깁기해(구조화) 상품을 만들면, 그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모기지 부실이 드러나며 일하던 회사의 부서가 구조조정돼 없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월가를 나와 새출발을 한 그는 적응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온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
1부-(2) 미국을 가다 로스앤젤레스 | 유희진기자 ㆍ‘모기지 피해자’ LA서민 루세로 이야기 # 빚내서 산 집들, 화재로 타 버려 로스앤젤레스의 국제공항에 도착했던 지난 15일 밤 9시. 백발의 택시 운전기사는 “좋지 않은 시기에 LA를 찾았다”며 “경제도 좋지 않은데 북쪽 지역에 큰 불이 나서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화재 소식부터 전했다. 플로리다, 네바다주 등과 더불어 미국 전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가장 많았던 곳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뉴욕 월가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돈을 버는 동안 이곳의 많은 가난한 이들은 다른 꿈을 키웠다. 돈이 별로 없어도 내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것이다. 그러나 월가가 몰락하자 그 알량한 집은 빚더미로 변..
1부-(2) 미국을 가다 뉴욕 | 유희진기자 ㆍ재취업한 코그네티 ‘침체기의 지혜’ 강조 ㆍ뒷모습 촬영도 거절…연방 찬물 들이켜 코그네티를 만난 곳은 뉴욕 42번가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시간은 오후 5시를 막 넘어서고 있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정신이 멍할 정도였다. 사람들 틈을 뚫고 터미널 한구석에 위치한 미니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얀 얼굴에 갈색 머리, 푸른 빛이 감도는 눈동자의 그는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겠다”며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코그네티를 소개해 준 지인에게서 “너무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 물어보면 안 된다”고 사전에 주의를 받아뒀던 터였다. 그로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의 중간이름(미들네임) 외엔 모든 정보를..
1부-(2) 미국을 가다 뉴욕 | 유희진기자 부동산 파생상품 트레이더 김항주씨의 고백 # 속도에 목숨을 건다 미국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 뮤추얼에서 일했던 재미교포 김항주씨(34·사진). 지난 8년간 외환 전문 헤지펀드 QFS, 얼라이언스캐피털, 구겐하임파트너스 등 월가의 여러 회사를 거치며 월가의 흥망성쇠를 경험한 부동산 파생상품 트레이더(설계인)다. 올해 초 워싱턴 뮤추얼에서 근무하고 있던 부서가 없어지면서 월가를 나오게 된 그는 현재 알파리서치캐피털이라는 금융 부티크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요즘 하는 일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예전에는 월가에서 고공행진하는 부동산을 가지고 파생상품을 만들어 장사를 했는데 지금은 가치가 떨어진 부동산을 가지고 거래를 연결해주는 고물 장사를 하고 있다”고..
1부-(2) 미국을 가다 뉴욕 | 유희진기자 ㆍ선진금융의 고향… 자부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4일 모건스탠리 본사 건물. 전광판에서 당일의 증시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지금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의 진원지 뉴욕.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에 금융폭탄을 터뜨린 뉴욕은 경제위기에 가장 느리게 반응하고 있었다. 막 쇼핑을 끝낸 여성들은 큰 쇼핑백 두세개씩은 들고 다녔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3명 중 한 명꼴로 스타벅스 커피를 손에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뉴욕은 여전히 흥청망청인듯 보였다. 그러나 뉴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석구석을 돌아다닐수록 뉴욕에도 균열이 시작되고 있음이 감지되었다. 10:40 타임스퀘어 두달 전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 본사 건물이 있던 곳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