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5) 금융자본의 위험한 게임 (上) 파생상품-금융수학 시뮬레이션 송윤경기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의 특징은 위험이라도 돈받고 팔아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험을 사고 파는 행위는 위험은 측정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경향신문은 파생상품 평가에 쓰이는 확률 모형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적용, 위험을 계산해 봤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벌이는 주사위 게임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시뮬레이션 적용은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박사과정 황근호씨의 도움을 받았다. 1. 위험맞춤형 상품, 부채담보부증권(CDO) 만들기 돈 빌린 사람의 과거 기록 수집 시뮬레이션을 위해 ㄱ은행이 집을 담보로 저소득층 100명에게 1..
1부-(5) 금융자본의 위험한 게임 (上) 파생상품-금융수학 논리와 허점 송윤경기자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이다. 이들의 빚을 가지고 만든 금융상품이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하지만 월가의 ‘금융공학’은 상식을 뒤집어줄 만큼의 힘이 있었다. 금융회사는 금융공학을 통해서라면 미래에 닥칠 위험을 측정해 가격을 매겨 팔 수 있었다고 믿었다. 미래 손실도 예측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우리 모델은 손실 없이 돈 벌 수 있다.” “우리의 모델은 매우 안전합니다. 모델에 기반하지 않는 어떤 거래도 승인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AIG의 CEO 마틴 설리번이 투자자들에게 한 말이다. ‘모델’이란 금융공학자 게리 고튼이 설계한 수학모형을 말한다. AIG는 이 ..
1부-(4) 금융위기에 접속된 나 김재중기자 ㆍ노르웨이 나르비크에 무슨일이 1만8000여명이 사는 노르웨이의 작은 항구도시 나르비크. 나르비크는 지난 9월8일 노르웨이 최대은행 DnB에 지고 있는 빚 5200만 크로네(현재 환율로 약 107억원)를 갚지 못하겠다고 발표했다. DnB은행은 즉각 반발하며 법정에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맞섰다. 북극권(북극 주변의 북위 66도 33분 지점을 빙 둘러 이은 선. 이 지점에선 하지에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고, 동지에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음)보다 200여㎞ 북쪽에 자리잡고 있어 겨울이면 신비로운 오로라(북극광)를 볼 수 있는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마을 사람들이 지난해부터 경험하고 있는 일들은 금융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거품과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
1부-(4) 금융위기에 접속된 나 장관순·송윤경기자 월가의 위험한 금융 게임이 펼친 숫자 놀음은 금융 자유화에 노출된 사람이면 누구나 예외없이 공격을 했다. 이 게임에 참여한 사람이건 아니건, 금융 자유화를 원했든 아니든, 상관없다. 펀드·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서민들의 삶도 흔들 만큼 돈장난의 파급효과는 깊고, 치밀하고 집요하다. “처음에는 TV에서 미국 금융위기 이야기가 나올 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가 했어요. 그런 얘기는 그냥 뉴스일 뿐이고, 배운 것 없이 그저 몸으로 때워서 먹고 사는 우리 같은 사람은 신경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게 뭡니까.” ■ 일용직 노동자 정영태씨 서울 북창동의 한 인력소개소에서 지난 11일 만난 정영태씨(가명·52)는 “올해 같은 때는 없었다”고 푸념했다. ..
1부-(4) 금융위기에 접속된 나…투자자와 비투자자 김재중·유희진기자 고수익의 유혹은 달콤했다. 은행 직원들은 상냥했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들은 “요즘 펀드 하나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바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은 까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정기저축과 다름없다던 그들의 말을 믿고 묻어뒀던 목돈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피 같은 돈이 사라져 버린 공간엔 두세배로 커져버린 삶의 무게가 자리잡았다. ■ 부부 생이별한 오원금씨(가명·56) 오씨는 지난 9월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내를 미국으로 떠나보냈다. 아내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처제의 갈비집에 허드렛일을 하기 위해 먼 길을 나선 것이다. 몇년째 좌골신경통과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그도 2시간 뒤 이..
1부-(4) 금융위기에 접속된 나…안산의 고대영씨와 LA의 루세로 유희진 기자 ㆍ경기 안산시 성포동의 한 도로변. 고대영씨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은 한적하고 조용한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미미, 앉아! 앉아!” 정적을 깨는 다급한 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 주인을 찾으며 사납게 짖어대는 강아지 한 마리를 잠재우기 위해 고대영씨(40)는 끙끙대고 있었다. 10분간의 실랑이 끝에 겨우 강아지를 치료하고 나서야 고씨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재테크요? 그저 가진 돈을 안정적으로 꾸려가고 싶었습니다. 펀드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5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 병원 분점도 낼 정도로 의욕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 확장에 부담을 느꼈다. 욕심 부리다가 화를 부를까 꺼려졌다. 고..
◇ 런던에서 - 공공재 민영화 탓 서민들 더 압박 런던 | 김은정 통신원 지난달 1일 부슬비가 내린 런던 근교 도시 스테인스. 주말마다 이곳에서 과일과 잡화를 좌판에 펼친다는 한 중년 남성에게 요새 장사가 잘되는지 물었다. “끔찍하다(It’s a Shit).” 가판 뒤편에 앉아 있는 그의 부인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목요일과 토요일에는 스테인스에서, 다른 요일에는 근방의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간이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이 부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통에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60%가량 줄었어요. 하지만 가스·수도·전기 요금이 지난해보다 50% 인상되고 물가는 치솟았지 뭐요. 정말 쓰레기 같아요.” 그는 격앙되어 있었다. 고급 대형할인 매장인 막스 앤 스펜서(M&S)의 ..
금융위기는 이 지구에 사는 거의 모든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크든 작든 사람들은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럴듯한 금융회사에 다니며 남부럽지 않게 살던 이뿐이 아니다. 유럽의 이름 모를 소도시에 사는 평범한 시민들, 파리 외곽의 자동차공장 노동자들, 런던 교외의 노점상, 도쿄 시내 조그만 호텔에서 일하던 직원들, 일자리를 찾은 베이징의 젊은이도 사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들은 왜 그런지 알지 못한다. 뉴스에 등장하는 낯선 숫자들이 어떻게 자기 인생을 힘들게 할 수 있는 건지, 그 숫자가 왜 자기와 상관이 있다는 건지. ◇ 파리에서 - 연금생활자 “무보수 봉사 않고 개인 교습” 파리 | 박지연 통신원 지난달 7일 오전 파리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인 르아브르 시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