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후불제 인수방식·사모펀드·공매도가 ‘문제’ 서의동기자 #2005년 5월27일 금융감독위원회 제9차 정례회의는 주목할 만한 결정을 내렸다. 당시 여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던 리딩투자증권의 브릿지증권에 대한 합병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금융기관의 인수·합병이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허가되지 않은 첫 사례였다. 리딩투자증권은 그해 2월 브릿지증권 지분 86.9%를 1310억원에 사들이기로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BIH(브릿지 인베스트먼트 라부안 홀딩스)와도 계약을 맺었다. 리딩은 계약금 20억원만 먼저 받은 뒤 187억원은 인수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리고 나머지 1103억원은 브릿지 증권을 사들인 뒤 이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을 팔아 갚기로 계약했다. 자기 밑천의 65.5배나 되는 금융기관을 단돈 20..
· ‘부자되세요’ 라는 새로운 복음 김재중기자 2001년 연말 가정의 안방과 거실에 놓인 텔레비전에서는 새로운 복음(?)이 전해졌다. 외환위기가 남긴 상처를 안고 있던 시민들에게 “여러분, 부~자되세요”라는 덕담이 배달된 것이다. 이는 부(富)를 열망하면서도 부를 경멸하던 사람들의 이중적 가면을 찢어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뒤 부자되기는 한국 사회의 공중도덕이 되어버렸다. 코흘리개 아이들을 위한 재테크 교육서가 서점 매대에 깔려 있는가 하면 재테크에 뛰어든 ‘현명한’ 주부들을 가리켜 ‘쩐모양처’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서울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이모씨(37)는 요즘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처음 시작했던 부동산과 펀드 재테크의 초라한 성적표를 볼 때면 허탈한 웃음도 나온..
ㆍ전통적 제조부문 기술개발 소홀…자회사 키우다 ‘금융불똥’에 몰락 김재중기자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전통적인 제조업체가 금융업에 진출, 금융부문을 확대시켜 나가는 현상이다. 제조업의 금융화를 대표하는 사례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자신이 발명한 백열등을 비롯한 각종 전기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만든 에디슨제너럴일렉트릭과 다른 두 전기회사가 1892년 통합해 설립됐다. 그렇다면 현재의 GE도 여전히 제조업체일까. GE그룹이 올리고 있는 수익으로 보자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 GE의 금융부문인 ‘GE캐피털’은 금융위기 이전 GE그룹 전체 이윤의 40%를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체였던 GE의 금융화를 진두지휘한 인물은 81년부터 20년..
ㆍ1부-7. 금융위험에는 장벽이 없다 ㆍ투기자본 주연의 ‘충격·공포 드라마’ 이강택 KBS PD ‘3차 오일쇼크’라는 드라마 지난해 7월 중순 유가가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배럴당 무려 147.17 달러. 연말이면 200달러로 치솟을 것이라는 ‘슈퍼 스파이크’론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지구촌을 휩쓸었다. 그러나 불과 사흘 만에 유가는 10% 폭락했고 두 달 후엔 90달러 선까지 무려 50달러나 떨어졌다. 세계 석유수요가 별로 줄지 않았음에도, 더구나 중동 산유국들이 모여 하루 5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의하고 멕시코 만 유전지대에서 생산량이 5% 줄었음에도, 송유관이 지나는 그루지야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태풍 아이크가 미국 정유시설의 25%를 손상시킬 거라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석유가격은 ..
1부-(6) 금융자본의 위험한 게임 (下) 키코 - 무너지는 중소기업 장관순·유희진기자 전자업체 ㄱ사의 재무담당 임원 ㄴ씨의 요즘 일과는 이른 아침 다우지수 시황 및 해외 환율 동향을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키코라는 게 하루하루 속을 태우고, 뒤집고, 바싹 졸이면서 서서히 사람을 죽여가더라”고 했다. “외환시장이 개장하는 아침 9시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데, 불안감 탓에 오후까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환율이 하루에 50~100원 왔다갔다 할 때마다 회사 돈 6억~7억원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게 보여요. 안 그래도 요즘 회사가 극심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대로 당하다가 한순간에 날아가는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계약 때 키코 상품 위험 듣지 못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
1부-(6) 금융자본의 위험한 게임 (下) 키코 - 어떤 구조로 설계됐나 SDE | 인터넷 논객 ㆍ환율내리면 본전, 환율오르면 파산 2008년 상반기, 현 정부의 경제수장이 수출증대를 위해 환율상승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한 후, 원·달러 환율이 오르기 시작하자 한국의 수출 중소기업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손실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품의 값이 싸지므로 당연히 수출이 잘되고 기업이익도 증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실제는 달랐다. 환율이 상승하자 환율과 연동된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하고 있던 중소기업들은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바로 ‘키코(KIKO)’ 상품 때문이었다. 옵션상품을 기초로 ..
장관순기자 ㆍ금융수학의 역사 올해 전세계 금융파생상품의 규모는 500조달러(64경60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총합인 52조달러의 10배에 달한다. 금융수학(금융공학)이 없었으면, 이 같은 천문학적 금액이 전세계를 돌아다닌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1973년 ‘블랙·숄스 공식’의 등장 학술지 ‘정치경제학 저널’ 81호(1973년 5-6월호)에 실린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스 공동 저작 논문 ‘The Pricing of Options and Corporate Liabilities’의 첫 페이지 및 이들이 이 논문에 발표한 ‘블랙·숄스 공식’. 금융수학은 1973년 ‘블랙·숄스 공식’으로 꽃피기 시작했다. 경제학자 피셔 블랙, 마이런 숄스가 4년간 연구한 끝에 완성한 이 ..
박종현|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 교수 ㆍ금융위기 주요 원인 - 레버리지(차입) 효과 금융에 도입된 지렛대 원리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적당한 지렛대만 있으면 지구라도 들어 올리겠다”고 했다. 작은 힘을 큰 힘으로 바꾸는 막대 장치(지렛대, lever)는 고대 이집트에서 거대한 돌을 옮겨 피라미드를 쌓게 했다. 지렛대의 원리는 경제나 금융에서도 관철된다. 어떤 사람이 100만원으로 주식을 샀다고 하자. 한 달 후 주가가 20% 상승해 보유한 주식을 팔아 현금 120만원을 얻었다면, 투자수익률은 20%가 된다. 만약 이 사람이 자신의 돈 100만원에 더해 은행으로부터 400만원을 연리 12%의 금리로 빌린 뒤 총 500만원으로 같은 주식에 투자를 했다면? 한 달 후 주식을 처분하면 600만원의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