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아이의 행복한 삶 바란다면 ‘놀이’ 통해 행복의 느낌 배우게 해야” 인류역사 내내 제대로 된 사회에선 구태여 강조할 것 없이 지켜져 온 원칙이 있다. 아이들은 잘 놀아야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고 사회의 미래가 있다는 것. 오늘 한국은 그 원칙이 가장 철저하게 부서진 사회다. 진보적인 시민들은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자 정치적 아들)이 대통령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온힘을 다하지만 제 아이들이 박정희 독재 시절보다 놀지 못하고 살아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말한다. 편해문은 그런 희한한 어른들 덕에 일찌감치 시들어가는 아이들 걱정에 사로잡힌 놀이운동가다. ▲자본주의에 가장 극렬하게 저항하는 방법이 놀이 잘 노는 것은 무엇보다 돈으로 구매하지 않고 노는 것 지배자들의 발명품인 돈 주고 사..
20대 때 혁명에 빠지지 않으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고 40대에도 혁명을 생각하면 뇌가 없는 사람이라 했던가. 지난 30여 년 우리 사회에서 386세대처럼 그 말에 잘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80년대를 불태우던 20대의 혁명가들은 이제 수구기득권 세력과 경쟁하는 신흥기득권 세력이 되었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민주세력이자 진보세력이라 말한다. 올해 예순인 한 울산아지매가 그들에게 딴죽을 걸고 나섰다. ▲ “돈 많고 배운 사람들이 우리를 대변해주진 않는다. 노동자·서민이 사람 대접받고 행복하게 사는 사회로 가는 것이 진보다” 김규항 = 한나라당 당원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김순자 = 한나라당 당원만 한 게 아니라 한나라당 지역 여성회장도 하고 관변단체인 바르게살기위원회, 경찰서에서 하는 반공멸공회 총무..
ㆍ“쌍용차 문제, 죽음의 문제로 고착화… 본질 간과돼 후회” 노동단체의 회의나 토론회에서 혹은 집회에서 종종 그를 만나곤 한다. 얼마간 뜸하다 만난 그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싶을 만치 말도 행동도 차분했다. 물어보니 지금이 제 모습이고 전에 에너지가 넘치던 모습이 ‘조증’ 상태였단다. 그는 해고 후 스물한명의 동료 노동자들을 떠나보냈다. 그리고 떠난 동료들이 겪었던 고통을 역시 겪으며 제 전투를 수행 중이다. 그 죽음들을 만들어낸 거대한 구조를 밝히는 노력과 그 거대한 구조 앞에 무방비 상태인 노동자들의 일상과 문화를 일구어내는 숙제는 그 전투의 중요한 일부다. ▲ “쌍용차 매각은 노무현 정권 때 벌어져 민주당이 책임 당사자 민주당이 정말 해결 의지가 있었다면 국조단 만들었어야 민노총도 제 구실 못하니..
ㆍ삶을 위해 싸우는 농성과 그들을 돕는 예술활동은 하나다 ‘노동과 문화는 하나다’ ‘현장에서 배운다’는 말은 급진적 경향을 가진 문화활동가라면 누구나 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걸 실제로 체화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고 체화한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것은 한 활동가의 문제를 넘어 문화이론가와 예술가 사이의 문제, 문화운동과 주류노동운동 사이의 문제와 중첩되어 있다. 신유아 역시 그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런 문제를 해결한 한 사례가 되어가고 있다. 그는 말한다. ‘일단 현장으로 와보라.’ ▲ 기타 만들지만 기타 칠 줄 모르던 콜트콜텍 노동자들 투쟁하며 밴드 만들고 공연도 하게 돼 싸움의 결론과 별개로 그들이 삶에 기쁨 갖게 되는 모습 보는 것이 좋았다 김규항..
ㆍ“자본주의의 모순을 역사만화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노동운동 쪽 전단과 인쇄물 속의 삽화와 만화를 도맡다시피 했던 만화가 이은홍은 지금 충북 제천 월악산 아래 시골 마을에서 산다. 농사를 짓지 않고 어린이 역사만화 작업을 하며 살지만 동네사람들과 아주 사이가 좋다. 인터뷰하러 간 날은 마침 ‘영화 감상회’ 날이었다. 이은홍은 한 달에 한 번 DVD를 고르고 프로젝터를 빌려서 동네사람들과 영화를 보고 논다. 그는 그의 말마따나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마을에 빌붙어” 잘살고 있다. ▲ “수천년간의 역사가 극소수 지배계급과 대다수 사람들로 구분 어떻게 서로 도우며 살아갈수 있을지 고민… 그런 과정이 역사다” 김규항 = ‘깡순이’ 캐릭터는 지금도 눈에 선하다. 노동운동 만화 ..
ㆍ“자본주의는 룰이 깨진 경쟁… 다른 세상 상상하는 건 상식적” 구도자, 은둔자, 고독한 음유시인. 김두수를 수식하는 말들은 그가 범접하기 어려운 기인일 거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의 음악에서 나오는 신비스러운 기운은 그가 ‘필시 약쟁이일 거’라는 맹랑한 소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음악가들 중에서도 드물게 온후한 사람이다. 자본주의가 극단화할수록 자본주의를 부인하는 말과 부인해 보이는 일의 거리는 멀어진다. 하고많은 좌파들이 자본주의에 일상을 사로잡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말할 때 조용히 자본주의의 율법과 그물망을 비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내 보임으로써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 속삭임으로써 자본주의에 균열을 낸다. 김두수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경쟁과 불안감에..
ㆍ“이길 가능성 없음에도 옳으니까 싸우는 비정규직들 존경한다” 문래역 근처 골목의 허름한 건물 한 층은 언제나 밤늦도록 불이 환하다. 지난 10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 문제에서 가장 활발하고 의미있는 활동을 해온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실이다. 1998년 정리해고와 파견법이 도입되면서 본격화한 비정규직 노동 문제는 이제 가장 보편적인 노동문제이자 정직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삶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그 문제는 여전히 특정한 사람들의 문제로 여겨지며, 그 문제를 둘러싼 자본과 정부의 거짓과 기만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한다. 김혜진과 동료들은 밤낮없이 바쁘다. ▲혼자 살려다 함께 무너지는 게 아니라 함께 권리 찾아야 투쟁은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 더 이상 굴종하지 않겠다는 자기 표현 ..
ㆍ“자본주의는 이미 위기, 복지국가보다는 사회주의가 대안” 옥중시인 송경동씨가 최근 펴낸 산문집 말미엔 김진숙씨가 크레인에서 내려오던 날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묵묵히 일한 활동가들이 아니라 정치인과 유명인들을 비추는 풍경이 적혀 있다. 제도정치가 아니라 운동정치가 사회변화를 주도해온 한국 사회에는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헌신적인 활동가들이 참 많다. 그들이 바로 지배체제의 폭압으로부터 정직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버텨낸다. 이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지난 35년 동안 활동가로 살아왔다. 김규항=2008년 미국발 공황 이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의 물결이 거세다. 이종회=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은 1999년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를 저지한 ‘시애틀 전투’와 이라크 전쟁 반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