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앨범 한 장 안 내고 10년간 밴드 활동… 우린 비전을 강요하지 않아요” 람혼(최정우), 파랑(이용창), 반시(유가영) 세 사람이 ‘레나타수이사이드’라는 밴드를 만들어 활동한 지 막 10년이 되었다. 근래 한국에는 10년 넘은 인디밴드가 적잖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들처럼 애초 멤버 그대로, 그것도 앨범 한 장 내지 않고 10년을 맞은 경우는 거의 없다. “부부관계에 비유하면 우리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같은 관계”(파랑)라고도 하고 “우리는 밴드로서 비전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반시)이라고 한다. 그들의 10년과 그들의 삶을 도란도란 들어보았다. ▲ 어떤 사운드만 중요시하지 않고 연극·무용 등 다른 장르와 협업도매이지 않아 관객들은 친구가 돼 ▲ 과거엔 밴드들 저항성 선언부터… 지금은 지향성보다 현장..
ㆍ“전형적 모범생이었는데 대학가니 배울 게 없어서 ‘교육’에 관심” 오늘 한국인에게 교육문제는 주요한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절체절명의 문제다. 고위공직자 청문회의 하고많은 위장전입자들도 ‘죄송합니다. 아이 교육문제 때문에….’ 한마디면 관대한 처분을 얻어낼 만치. 어지간히 사회비판적인 사람도 아이 교육문제 앞에선 ‘현실은 어쩔 수 없다’고 뒷걸음질 칠 만치. 괴멸되다시피 한 교육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제대로 놀지도 제 꿈을 가꾸지도 못한 채 시들어가고, 엄마들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인생을 헌납한다. 그러나 그런 현실에도 여전히 대안과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현병호는 그중 한 사람이다. ▲ ‘앞으로 나란히’ 줄세우기 교육스스로 생각하는 힘 꺾어 ▲ 몰입의 경험이 아이를 키운다놀이에 몰입해..
ㆍ“가장 비싼 상품인 ‘집’을 갖겠다는 건 이웃과 소통 않겠다는 뜻” 집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집은 가장 비싼 상품이며 대개의 사람들은 제 집을 마련하는 데 인생의 상당부분, 아니 대부분을 바친다. 오늘 전 지구를 뒤흔들고 있는 2008년 미국발 경제공황도 가난한 사람들의 내집 마련의 꿈을 악용하던 자본이 제풀에 거꾸러지면서 생긴 일이었다. 집이 그토록 중요하지만, 집을 마련하는 데 인생을 바쳐야 하거나 그로 인해 세상이 파괴된다면 대체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서울 용산2가 해방촌엔 그 질문에 대답하려는 일군의 사람들의 ‘빈집’이 있다. 지음은 빈집의 장기투숙자이자 협동조합 ‘빈고’ 운영위원장이다. ▲ 손님이 주인이고 주인이 손님인 ‘빈집’에선같이 사는 능..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ㆍ“우물쭈물하는 사람을 희극의 힘으로 한 발짝 나가게 할 것” 지난해 밀양연극제에서 민족극 계열인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이 대상과 연출상을 받은 것을 두고 미디어는 ‘이변’이라 표현했다. 그게 이변이라면 시작은 지난해 봄 걸판 단원 오세혁의 와 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동시 당선된 것부터일 것이다. 역시 오세혁 작품이다. 그러나 정작 오세혁은 그런 소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작품이 고단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작은 용기를 주는가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김규항=자신을 오플린이라 부를 만큼 채플린을 좋아하는데요. 오세혁=어릴 때 채플린 영화를 보는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포착해내는 걸 보고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김규항=어릴 때 채플..
글 김규항 ㆍ“용산참사에서 지배체제의 맨얼굴을 보여주려고 했다” 사회적 목적을 가진 예술창작 집단은 표방하는 바와 소재가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노동해방을 표방하는 집단은 노동문제를,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집단은 여성문제를. 그러나 ‘연분홍치마’는 여성주의의 시각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의 시각은 관객으로 하여금 억압자와 피억압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 결과는 억압과 피억압, 가해와 피해의 맥락을 더욱 또렷하게 한다. ‘반이명박’이 사회진보의 유일무이한 기준이 되면서 진보의 수많은 갈래와 결들이 묻히고 뭉개져버린 시절, 그들의 태도는 각별하다. 김일란·홍지유 감독은 을 공동 연출했다. ▲ “2009년 1월 철거민 5명·경찰 1명의 죽음. 나와 비슷한 이..
ㆍ“노동자가 가진 건 제 몸뿐… 그걸 망가트리는 게 야간노동이다” “밤엔 잠 좀 자자!” 지난해 5월 야간노동의 폐해를 사회에 확산시킨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이 1주년을 맞았다. 이 투쟁은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자본과 지배계급 진영의 반응도 남다른 데가 있었다. 대통령은 ‘연봉 7000만원 받는 귀족노동자들의 배부른 투쟁’이라 비난했고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교대제 개선은 ‘노동 혁명’을 하자는 거라 주장했다. 그들은 유성 노동자들의 싸움이 단지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 8시간 노동이나 주5일제 도입 같은 커다란 역사적 물꼬가 될 것임을 간파했던 것이다. 유성 노동자들은 이미 주5일제 도입을 선도한 이력이 있다. 이정훈은 유성기업이 첫 직장으로 입사한 지 2..
글 | 김규항 ㆍ“체제 안의 대안 말하는 제도권 지식인들… 그건 대안이 아니다” 지식인이란 참 묘한 존재다. 지식인은 체제 안에서 길러지며 체제를 옹호하고 봉사하는 체제내적 엘리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동시에 지식인은 바로 그 지식으로 체제를 비판하고 분석하며 심지어 극복을 시도하는 위험성을 가진다. 체제의 숙제는 그 위험성을 얼마나 통제하는가에 있다. 극우독재 시절엔 가두고 고문하는 방식으로 쉽게 통제했지만 정치적 민주화 이후 체제는 좀 더 세련된 방식을 사용하게 되었다.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진보지식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형식은 바로 그 문제, 지식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방식과 구조를 파고든다. ▲ 출판사 직원·학원 강사·부동산 중개·주택 관리… 그의 수많은 직업 하지만 생계를 해결하는데 대..
글 | 김규항 ㆍ“신자유주의 속 소수 인디음악… 그래도 난 즐기고 극복을 고민한다” 근래 유행하는 ‘멘붕’(멘털붕괴·정신적 공항상태를 일컫는 인터넷 유행어)이라는 말은 먼저 유행한 ‘멘토’의 이면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길을 찾기를 두려워하며 나 대신 생각해주고 나 대신 길을 찾아줄 어떤 강력한 대상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선택한 대상을 기준으로 모든 가치를 재조정한다. ‘빠’와 ‘까’의 범람 속에서 한국은 더 빠르게 멘붕 중이다. 기타리스트 윤병주는 자신의 말마따나 사회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특별한 저항이나 실천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단지 스스로 생각하길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며 살아간다. 그래서 그는 꽤나 보기 드문 사람이다. ▲ 관객 다섯 명 앞에 두고 공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