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정치구조 때문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자신이다. 지역주의의 발생은 대구·경북에 의한 선행적 공세로 형성되었고, 호남 지역주의는 방어적 대응으로 나온 것이 분명하다. 구조적으로 한쪽의 지역주의는 권위주의와, 다른 한쪽의 지역주의는 민주주의와 결합해 있다. 그리고 지역주의가 일단 만들어지고 나서부터는 ‘거울효과’에 의해 심화되고 있다. 두 개의 거울을 마주 세우면 상대편 거울에 비친 모습을 되받아 끊임없이 같은 이미지를 반복해 만들어내는 것처럼 지역주의도 그런 효과에 의해 재생산되고 강화되고 있다. 이것이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이 만들어온 데칼코마니이다. 최근 눈길을 끄는 것은 요즈음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이 만들어내고 있는 또 다른 빛깔의 데칼코마니이다. 두 지역에서..
프랑스에 머무르고 있던 작가 목수정이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와 ‘청년들이 좀 이상해’라고 했을 때(, 2010), 사람들은 그의 특별한 감수성이 ‘참 재미있다’라고만 생각했다. 그가 말한, ‘암컷을 따라다니는 수컷도, 수컷을 유혹하는 암컷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 청년들의 고단한 삶을 심각하게 걱정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청년들의 멘토를 자처하는 어른들은 거짓 선동만 일삼고 있었다. “청년들이여, 도전하라. 진취적인 젊은이가 되어라.” 그 말은 제법 그럴싸했다. ‘소년이여 야심을 가지라’라는 말을 밤낮으로 듣고 자란 청년들은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라는 격언만 믿고 열심히 외국어능력 기록을 경신하고, 스펙을 쌓았다. 서점에는 이를 위한 자기경영개발서가 넘쳐났다. 청년들은 초시계를 옆에 두고 시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