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수님, 말씀 좀 해 주십시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총리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하신 첫날의 ‘파안대소’는 무엇이며, 그 다음 다음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보이신 ‘눈물’은 또 무슨 의미입니까? 그리고 지난 주말,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하시는 그 ‘당당함’은 뭡니까? 김 교수의 종잡을 수 없는 태도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마주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니 남에게 모진 소리는 하지 말라고 어른들은 가르치셨습니다만, 오늘은 김 교수께 뾰족한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네요. 김 교수님, 모든 걸 뿌리치시고 학교로 돌아오십시오. 외람된 말씀이오나 김 교수는 지금 평상심을 잃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웃다, 울다가 또 금방 눈..
“종북이라고? 난 경북이다.” 김제동이 경북 성주군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서 이렇게 촌철살인 하고 있을 때 나는 마침 그 옆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그 다음날 김제동에게 무슨 사달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가 ‘종북’이라는 말을 놀려 먹었기 때문이다. ‘종북’은 보수세력이 가장 아끼는 칼이 아니던가? 그걸 희롱했으니 김제동은 화를 면치 못하리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에 불려 나가지도 않았고, ‘종북’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치도곤을 당하지도 않았다. 적어도 그 말을 이유로 김제동을 혼내자는 움직임은 없었다. 그의 고향이 경북 영천시 고경면인지라, ‘난 경북이다’라는 말이 허위사실이 아니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나? ‘종북’을 조롱한 것은, 김제동이 ..
백남기 농민이 세상을 떠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뭐가 잘못된 일인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느 것 하나 분명한 게 없다. 국가폭력이 시위진압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낯 뜨거운 답변만 현실을 조롱하듯 허공을 맴돌고 있다. 사람이 죽었다고 꼭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경찰청장의 말은 아마 2016 화제의 어록을 장식할 듯하다. 그의 사전에는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권한만 있지, 언제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써야 한다는 규칙은 없는 모양이다. 세상 물정 어두운 교수도 물대포는 사람에게 큰 위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려면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리고 물대포를 실제 사용할 때는 특별히 ..
추미애호가 출범했다. 대선 경선 관리가 그의 주요 임무다. 아니 대선 성공이 그가 맡은 소임이다. 그런데 걱정이다. 그의 현실 인식이 아쉽기 때문이다. 그는 당선 인터뷰에서 ‘공정한’ 경선 관리를 하겠다고 했다. 그 말의 취지는 짐작할 만하다. 자신을 지지하고 당선시켜준 주류 세력에게 유리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더민주가 서 있는 현실에서 보면 그 말은 ‘마음 편한’ 소리다. ‘공정한’ 경선 관리는 문재인의 무난한 경선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권교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추미애 대표는 더민주가 직면한 절박한 과제에 대해 말했어야 했다. 돌이켜 보라. 더민주는 원내 1당이 되긴 했으나 아직까지 혁신도 통합도 제대로 못한 상태다. 김상곤이 이끌던 혁신위는 ..
더불어민주당의 집토끼, 산토끼 논란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유권자 지형의 변화 때문에 생긴, 피할 수 없는 고민거리다. 과거에는 유권자들이 여야 두 편으로 분명하게 갈라져 투표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쪽도 좋고 저쪽도 좋다고 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났고, 이들은 여당을 지지했다가 손쉽게 야당으로 지지를 바꾸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들을 ‘스윙보터’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지낸 지도자 가운데 누구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박정희도 좋아하고, 노무현도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사람들은 처음에 이들을 ‘기회주의적 유권자’라고 불렀다. 이들은 정치에 대해 뚜렷한 소신도 없고, 마땅한 지식과 정보도 없으며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사람들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설명..
지난 일요일 아침, 달콤한 늦잠을 깨운 전화가 왔다. 대구 북구을에 지역구를 둔 무소속 홍의락 의원이다. “성주 가 볼래?” 진작 가보고 싶었지만 ‘외부세력’으로 찍힐까봐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던 나는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샌들에 반바지 차림으로 친구를 따라나섰다. 성주 사람들이 저렇게 절박한 목소리로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는 이유를 듣고 싶었다. 성주는 대구에서 가까운 곳이다. 우리가 탄 차는 곧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산포대’에 도착했다. 이미 중요한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는 터라 경찰과 군이 지키고 있는 바리케이드 세 개를 지나서야 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산 아래를 내려다보던 우리 일행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이다. “아니,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어?” 우리는 이곳을..
“서울은 대한민국에 있는 도시들 가운데 가장 큰 도시가 아니라 대한민국 그 자체이다.” 서울은 대한민국 그 자체라는 말은 1960년대에 라는 책을 쓴 그레고리 헨더슨의 얘기다. ‘서울공화국’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초집중체제를 헨더슨이 본다면 뭐라고 할까? 놀라서 졸도할지 모른다. 우리가 ‘서울공화국’이라고 부르는 서울, 인천, 경기의 면적은 남한 국토 면적의 겨우 11.8%이다. 이곳에 국민의 절반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다. 어디 인구뿐이랴. 내로라하는 회사의 대부분이 이곳에 있고, 절반 이상의 돈이 여기에서 돌고 있다. 좋다는 대학들은 다 이 지역에 있다. ‘사람은 낳아서 서울로 보내라’는 경구는 여전히 유효하여 젊은이들에게는 ‘인’서울이 오매불망의 꿈이 ..
이재명 성남시장의 광화문 단식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 시장의 문제 제기는 국가의 지방재정 개편 정책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 싸움은 일파만파 커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재명 시장의 말처럼 지방자치는 김대중 대통령이 살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키웠다. 그런데 밑으로부터 ‘자치’의 물결이 일어난 적은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몇 차례 지방자치 발전 과제를 들고 나와 목소리를 높이기는 했으나 번번이 좌절하고 말았다. 자치분권운동은 지방정치인의 힘에 기댄 거간정치 수준을 넘지 못하였던 터라 지방정치인들이 퇴각하면 허둥지둥 그 뒤를 따르고 말았다. 지방정치인들은 기세를 올리다가도 공천 날짜가 다가오면 하나 둘 꽁무니를 뺐기 때문에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