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가 고려 직진남으로 등극했다.” 배우 이준기의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드라마 를 다룬 기사다. 물론 글쓴이의 관심은 드라마가 아니라 ‘직진남’에 있다. ‘직진남’은 ‘한 사람만 바라보며 뜻을 굽히지 않고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남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 신조어가 한때의 유행어에 그칠지, 낱말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신조어에 다소 거부감을 느낀다. 아무튼 ‘직진남’은 내버려 두더라도 ‘직진남’과 짝을 이룬 ‘등극’은 살짝 눈에 거슬린다. ‘직진남’과 ‘등극’은 아무리 꿰맞추려 해도 어울리지 않는 짝이기 때문이다. ‘등극’은 ‘임금의 자리’나 ‘어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리나 지위’에 오름을 뜻한다. ‘등극’의 뜻이 이러니 ‘직진남 등극’이라 하면 ‘직진남이란 ..
일상생활 속에서 가끔 들을 수 있는 표현으로 ‘말본새’라는 말이 있다. 주로 “말본새가 왜 그래?”처럼 사용된다. 소리는 ‘말뽄새’로 나지만 글로 적을 때는 어원을 밝혀 ‘말본새’로 써야 한다. ‘말본새’는 발음 때문에 일본어 잔재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말하는 태도나 모양새’를 가리키는 우리말이다.말과 관련된 표현 중에 ‘입바르다’와 ‘입빠르다’도 소리가 모두 ‘입빠르다’로 같아 말로 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글로 쓸 때 잘 헷갈리는 말이다. ‘입바르다’는 ‘바른말을 하는 데 거침이 없다’는 뜻이다. 주로 ‘입바른 소리’ ‘입바른 말’과 같이 사용되는 ‘입바르다’는 ‘입이 도끼날 같다’와 한뜻이다. ‘입바른 소리’는 자칫 마음에도 없이 겉치레로 하는 말인 ‘입에 발린 소리’와 헷갈리기 쉬운데 뜻이 ..
혹독한 더위다. 입추가 지났지만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불더위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잠을 자다가도 자주 깨게 된다. 해서 ‘괭이잠’이나 ‘개잠’을 자기 일쑤다. 보통 이런 날은 늦잠을 자 허둥지둥 출근을 서두르게 된다. 잠이 보약이라는데 ‘귀잠’을 자본 게 언젠지 모르겠다. 우리말에는 ‘잠’을 나타내는 말이 많다. ‘귀잠’은 아주 깊이 든 잠을 가리킨다. ‘속잠’ ‘단잠’과 한뜻이다. 편안하고 기분 좋은 잠을 말한다. 반대로 깊이 들지 않아 자주 깨면서 자는 잠은 ‘괭이잠’이다. ‘괭이’는 고양이의 준말이다. ‘괭이잠’은 다른 말로 ‘선잠’ 혹은 ‘겉잠’이라 한다. ‘개잠’은 일찍 일어나려고 알람을 맞춰 놓았지만 알람이 울리면 끄고 다시 자는 잠을 말한다. ‘개잠’의 ‘개’는 개(犬)가 아니라 ..
한국인은 ‘치킨’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맛있는 치킨을 하느님에 빗댄 ‘치느님’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이니 말이다. 일과 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치맥’은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한다. ‘치느님’은 ‘치킨’과 ‘하느님’, ‘치맥’은 ‘치킨’과 ‘맥주’를 줄여 만든 표현이다. ‘치맥’은 ‘치킨’과 ‘맥주’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준말이다. 이런 말을 ‘두자어’라고 한다. 단어 전체를 이루는 각각의 단어에서 첫 글자만 따서 만든 말이라는 뜻이다. 합성어와는 다르다. 우리말에서 두자어는 ‘노동조합’을 ‘노조’로 줄이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한자말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다. 한데 ‘치맥’은 이런 규칙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치킨’은 외래어이기 때문이다. 반면 ‘치느님’은 머리글자인 ‘치’와 뒷글자인 ‘느..
어떤 한자말은 환경에 따라 표기가 달라진다. 한자말이 두 가지 이상의 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두음법칙이 적용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때문에 글로 쓸 때 자주 헷갈린다. ‘노(怒)’가 그런 한자말이다. ‘격노’ ‘분노’는 ‘노’로 적는다. 그런데 ‘크게 화를 내다’를 뜻하는 말은 ‘대노’가 아니라 ‘대로’다. ‘희로애락’도 ‘희노애락’으로 쓰면 틀린다. 똑같이 성낼 노(怒)자를 쓴다. ‘노’는 한자의 본음이고 ‘로’는 속음이다. ‘낙(諾)’도 마찬가지다. ‘허락’ ‘수락’을 보면 ‘승락’ ‘응락’으로 써야 할 것 같지만 ‘승낙’ ‘응낙’이 바른말이다. ‘낙’이 본음이고 ‘락’은 속음이다. ‘속음’은 어법에는 어긋나지만 본음보다 발음하기 편해 널리 쓰이는 습관음을 말한다. 말하기 쉽고 듣기에 좋다는 ..
“‘닦달’ 좀 그만해! 내가 알아서 할게.” 말로 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안되지만 글로 적을 때는 어떤 것이 맞는지 헷갈리는 말이 있다. ‘닦달’이 딱 그런 말이다. ‘닦달’에서 ‘닦’의 받침이 ‘ㄱ’인지 ‘ㄲ’인지 헷갈려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까딱하다가는 ‘닥달’로 쓰기 십상이다. ‘닦달’은 ‘남을 단단히 윽박질러서 혼을 내다’란 뜻이다. 따라서 ‘닦달’에서 나온 말인 ‘몸닦달’은 몸을 튼튼하게 단련하기 위해 견디기 어려운 것을 참아가며 받는 훈련을 일컫는다. ‘몸닦달’은 곧 ‘극기 훈련’을 의미한다. 요즘엔 잘 쓰이지 않지만 ‘닦달’에 ‘물건을 손질하고 매만진다’는 뜻과 ‘닭의 닦달은 아저씨에게 맡기고’에서 보듯 ‘음식물로 쓸 것을 요리하기 좋게 닦고 다듬는다’는 의미도 있다. 해서 물건을 손질..
경기에서 이겼을 때 선수들이 감독을 번쩍 던져 올렸다 받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의 몸을 번쩍 들어 던져 올렸다 받았다 하는 일을 뜻하는 말은 ‘헹가래’이다. ‘행가래’ ‘행가레’ ‘헹가레’는 모두 틀린 말이다. ‘헹가래’는 기쁘거나 좋은 일이 있는 사람에게 한다. ‘헹가래’가 외래어인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헹가래’는 순우리말이다. ‘헹가래’는 여러 명이 힘을 합해 ‘가래’란 농기구를 사용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흙을 파헤치거나 떠서 던지는 기구인 ‘가래’는 혼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힘을 보태야 한다. 이 때문에 작업 전 가래질을 하는 사람들끼리 손이 맞나 맞춰보곤 했는데, 이를 ‘헹가래’라고 했다. ‘헹가래’가 축하하는 동작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
‘곬’은 한쪽으로 트여 나가는 방향이나 길을 일컫는다. 일상생활에서 이 ‘곬’이 단독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로 접두사 ‘외’와 결합해 ‘외곬’ 형태로 쓰인다. ‘외’는 ‘혼자인’ ‘하나인’ 또는 ‘한쪽에 치우친’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외곬, 외골수, 외고집, 외길 등이 ‘외’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외곬’은 단 한 곳으로만 트인 길을 말한다. ‘외통’과 같은 뜻이다. ‘외곬’은 단 하나의 방법이나 방향이란 뜻도 가지고 있다. 이때는 “그는 너무 외곬으로 고지식하기만 하다”에서 보듯 주로 ‘외곬으로’의 형태로 쓰인다. ‘외곬’에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는 없다. 해서 ‘외곬’을 사람이란 뜻으로 쓰면 틀린 표현이 된다. 방법이나 방향이 아니라 사람을 뜻하는 말은 ‘외골수’다. 단 한 곳으로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