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있는 배꼽은 ‘배꼽’으로 읽고 ‘배꼽’으로 쓴다. 눈에 끼는 눈곱은 ‘눈꼽’으로 발음하고 ‘눈곱’으로 적는다. 둘 다 뒷말이 ‘꼽’으로 소리 난다. 소리는 같은데 하나는 ‘배꼽’, 다른 하나는 ‘눈곱’으로 달리 적는다. 왜 그런 걸까? 이는 우리말 된소리 적기 규정 때문이다. 탯줄이 떨어지면서 배의 한가운데에 생긴 자리인 ‘배꼽’은 둘로 나눌 수 없는 한 단어이다. 한글맞춤법은 이처럼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나는 된소리는 어원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소리 나는 대로 ‘배꼽’으로 적는다. 한데 ‘눈곱’은 눈에 낀 곱을 말한다. 손톱 밑에 끼어 있는 곱은 ‘손곱’이고, 발톱 밑에 있는 곱은 ‘발곱’이다. ‘곱’은 진득진득한 액이나 그것이 말라붙은 물질을..
아재 개그’가 유행이다. 직장인 사이에서 유행하던 썰렁 개그, ‘부장님 개그’가 ‘아재 개그’란 이름으로 돌아왔다. 인터넷상에선 ‘아재 개그’뿐만 아니라 ‘아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아재 구별법’도 쉽게 볼 수 있다. ‘아재 개그’와 함께 우리말 ‘아재’가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아재’의 쓰임새는 참 다양하다. ‘아재’는 ‘부모와 항렬이 같은 남자’를 이른다. ‘아재비’ ‘아저씨’와 한뜻이다. ‘아재’는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을 말하기도 한다. 결혼한 아버지의 남동생을 가리키는 말은 ‘작은아버지’다. 일상생활에선 잘 모르는 사람을 ‘아재’로 부를 때도 많다. 이때 ‘아재’는 나이 든 남자를 편하게 일컫는 말이다. 부모와 항렬이 같은 여자를 이르는 말은 ‘아주머니’다. 정답게는 ‘아줌마’ ..
으르고 달랜다. 문장이 낯설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어르고 달랜다’의 잘못된 표현으로 느낄 법도 하다. 한데 아니다. 둘 다 바른말이다. ‘어르다’와 ‘으르다’는 의미가 완전히 다른 말이다. ‘어르다’와 ‘으르다’는 소리가 비슷하다보니 헷갈리게 쓰는 사람이 많다. ‘얼르다’나 ‘을르다’로 아는 사람도 있다. ‘어르다’는 ‘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하여 주다’를 뜻한다.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을 구슬리다’란 의미도 있다. 하여 ‘잠을 재우려고 아기를 어르고 달랬다’ 따위로 쓸 수 있다. 한마디로 ‘어르다’는 상대를 그럴듯한 말로 만족시켜 꼬신다는 의미다. ‘어르다’는 어르고, 어르니, 얼러 등으로 활용한다. 반면 ‘으르다’는 ‘상대가 겁을 먹도록 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해 협박하다’란 뜻이다..
“한번 잡솨 봐. 다음날 아침에 반찬이 달라져. 애들은 가라.” 그 옛날 장날이면 찾아오는 ‘떠돌이 뱀장수’가 있었다. 뱀장수의 현란한 말과 차력 쇼에 정신이 팔려 늦도록 장터에서 놀다가 집에서 혼이 나곤 했다. 이젠 다 옛말이 되었지만. ‘잡솨 봐’는 ‘잡숴 봐’가 바른말이다. ‘먹다’의 높임말이 ‘잡수다’이고, ‘잡수다’의 존대어는 ‘잡수시다’이다. 우리말은 높임말이 발달해 있다. 한데 공손이 지나쳐 잘못 쓰는 높임말도 많다. ‘귀먹다’를 높여서 말한답시고 ‘귀 잡수시다’라고 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귀 잡수시다’는 ‘귀를 음식으로 먹는다’란 뜻이다. 이땐 ‘먹다’에 ‘으시’를 넣어 ‘귀먹으시다’라고 해야 한다.‘귀먹다’의 ‘먹다’는 ‘막히다’의 뜻을 지닌 옛말이다. ‘귀가 막혀서 제 기능을 하지 ..
보통 그렇게 되기가 쉽다는 뜻으로 ‘쉽상’이 널리 쓰인다. 주로 ‘무엇하기 쉽상이다’ 꼴로 많이 쓴다. 순우리말일 것 같은 ‘쉽상’은 정작 사전에 없다. ‘쉽상’은 한자말 ‘십상’이 바른말이다. 사람들이 한자말인지도 모르고 우리말 ‘쉽다’에서 온 것으로 생각해 ‘쉽상’으로 쓰는 듯하다. ‘십상’은 십상팔구(十常八九)의 준말이다. ‘열에 여덟, 아홉으로 거의 예외가 없음’을 이른다. 요즘은 십중팔구(十中八九)란 말을 더 많이 쓴다. 한데 ‘십중팔구’는 ‘십상팔구’의 일본식 표현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제강점기 이전 문헌에서는 ‘십중팔구’란 표현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십상’이란 말은 지금도 자주 쓰지만 ‘십중’의 쓰임새는 없다. 하여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다. ‘십상팔구’를 ‘십상’으로 쓰는 것처럼..
옛날 군대에서 선임들이 후임들의 군기를 잡을 때면 으레 “푸닥거리 한번 하자”고 했다. 그러면 후임들은 바로 표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행동이 재빨라졌다. 최근 아들을 군에 보낸 선배 말에 따르면 요즘은 예전과 달라 일부러 군기 잡는다고 푸닥거리하는 일은 거의 없단다.‘푸닥거리’는 무당이 하는 굿에서 유래된 말이다. 무당이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부정이나 살 따위를 푸는 것을 가리켜 ‘푸닥거리’라고 한다. ‘푸닥거리’를 ‘푸다꺼리’ ‘푸닥꺼리’로 잘못 아는 이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푸닥거리’는 한글맞춤법 규정에서 조금 벗어난 표현이다. ‘거리’는 ‘국거리, 반찬거리’에서 보듯 명사 뒤에 붙거나, ‘마실 거리’처럼 어미 ‘을’ 뒤에 쓰여 내용이 될 만한 재료를 뜻한다. 이들 쓰임새를 보면 ‘푸닥거리’가 바..
볼 장 보다’는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다’란 의미다. 일상생활에선 부사 ‘다’가 붙은 ‘볼 장 다 보다’꼴이 더 많이 쓰인다. ‘일 때문에 잠은 다 잤네’에서 보듯 ‘다’는 실현할 수 없게 된 앞일을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반어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볼 장 다 보다’는 ‘일이 더 손댈 것도 없이 틀어지다’란 뜻을 담고 있다. 주로 부정적인 상황일 때 쓴다. 그런데 ‘볼 장’을 ‘볼 짱’ 또는 ‘볼짱’으로 쓰는 사람이 많다. ‘볼 장’의 발음이 ‘볼 짱’이기 때문일 터다. 우리말에 ‘볼짱’이나 ‘짱’이란 명사는 없다.어떤 말의 형태를 살려 적을 특별한 근거가 없을 때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혼’을 강조해 이르는 말인 ‘혼쭐’을 ‘혼줄’이 아니라 ‘혼쭐’로 적는 이유는 ‘쭐’이 어디에서 온 말인지 ..
‘가희에게 급호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의 제목이다. ‘급호감’은 젊은이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호감이 간다’란 뜻으로 통하는 말이다. 10대들의 통신언어로 쓰이던 ‘급호감’ ‘급실망’ ‘급당황’ ‘급피곤’과 같이 접두사 ‘급’을 붙여 만든 말이 최근 신문·방송에 자주 나온다. ‘급짜증’ ‘급궁금’처럼 순우리말과 결합한 말도 눈에 띈다. ‘급짜증’처럼 ‘급’이 포함된 신어는 대체로 기분이나 감정을 표현할 때 즐겨 쓴다. 한때 ‘왕호감’ ‘왕짜증’ ‘왕궁금’ ‘왕실망’ ‘왕피곤’ 등으로 많이 쓰이던 ‘왕’의 자리를 이젠 ‘급’이 꿰찬 듯하다.‘급’은 ‘급상승’ ‘급회전’에서와 같이 ‘갑작스러운’이란 의미로 쓰이거나, ‘급경사’ ‘급환자’에서처럼 ‘매우 심한’이나 ‘매우 급한’의 뜻을 더해주는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