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도입된‘소방특별조사제도’는 그동안 국가가 주도해오던 건축물 안전관리를 건물주 중심의 자율적 관리체제로 전환한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시행한지 고작 3년밖에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들어 소방검사 전수조사체제로의 복귀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양새다. 소방시설 관리 전반에 문제가 있으니 다시 소방관들로 하여금 전수조사 시켜야 한다는 논리에 필자는 결코 찬성할 수가 없다. 매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소방관들을 잉여인력으로 인식하고 여기저기 마구 투입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소방관이 그저 화재출동만을 기다리면서 무미건조하게 앉아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소방검사 인력부족이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가가 모든 건물을 일일이 ..
미국의 소방서를 보면 여러 소방대원 중에서도 유독 바쁜 사람이 있다. 소방대원들이 출근하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가장 많이 마주치는 사람, 그가 바로 보건안전담당관(Health and Safety Officer)이다. 미국 소방서의 보건안전담당관들은 한 해에 백여명에 가까운 소방대원의 순직과 6만여명이 넘는 소방대원들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그들의 보호자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보건안전담당관의 업무는 그 한계가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직원들에게 보건 및 안전에 관한 사항을 수시로 교육해야 하며,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새로운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현장에서 소방대원의 개인적 일탈이나 게으름에 기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엄한 징계로 다스리기도 한다. 현장에서뿐만..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119 구급대원이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필자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가해자가 술에 취해있던, 약물에 젖어있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은 엄벌에 처해져야 마땅하다. 단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폭행이 용서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현행 에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요구조자 또는 응급환자가 구조·구급대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시대로 접어들고, 사회구조가 급격히 변모하면서 119 구급출동의 수요는 그야말로 폭주하고 있다. 일이 많다보니 구급대원들이 겪어야 하는 사건·사고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환자로부터 폭행을 ..
어느 추운 겨울날 한 공사업체 관계자가 용접허가증을 신청하러 온 일이 있다. 참고로 필자의 사무실에서는 용접허가증을 발급하기 전에 모든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안전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면 그냥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서 몇 마디 주의사항을 주는 것만으로 현장방문 절차를 생략하고 싶은 유혹도 절로 생긴다. 그런 낌새라도 눈치 챈 관계자는 작업이 대단히 간단하니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며 망설이는 나를 더욱 흔들어 놓는다. 달콤한 유혹을 물리치고 현장에 나가보면 그들이 해 준 이야기와는 180도 전혀 다른 현장을 만나게 된다. 대수롭지 않은 용접작업이라는 말과는 달리 기름이 가득 차있는 기름 탱크의 밸브를 아무런 안전조치도 없이 용접하겠다는 것이다. 작업내용만 보면 그들의 말대로 아주 간..
몇 해 전 한 노부부가 평생 모은 돈 4500만원을 일선소방서에 기탁해 주위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 일이 있다. 2014년에는 대학생들이 열악한 소방장비의 현실을 보고 ‘힘내세요, 소방관님’이란 프로젝트를 통해 모은 돈으로 119켤레의 소방장갑을 기증하기도 했다. 프로젝트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한 정유회사는 지난 5월 소방관 부부 70쌍을 제주도로 초청,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휴(休)캠프’를 개최하는 등 소방관들에 대한 사랑의 기부릴레이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기부에 힘입어 일선 소방관들도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또다시 지역사회에 되돌려주고 있으니 선한 마음은 참으로 전염성이 강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후원을 받는 일은 지혜롭고도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소방은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지 않..
하루에 한 번씩 내가 근무하는 소방서를 아주 먼발치에서 바라보곤 한다. 사무실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가 그저 50m라는 공간적 거리를 벗어났을 뿐인데 아주 신기하게 새로운 영감이 떠오를 때가 종종 있다. Think out of the box !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일은 의외로 쉽다. 그저 사무실을 벗어나 현장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도전과제들을 제시받을 수 있다. 2004년 야심차게 발족했던 소방방재청은 재난의 선제적 대응과 소방의 국제화를 위해 부단히 달려왔지만, 어떤 노력이 그렇게 부족했기에 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14년 세월호 희생자들의 아픔을 모아 국민안전처가 탄생했다...
소방차는 사고현장에 제때 도착해야만 한다. 그것은 세금을 낸 국민들에게 마땅히 돌려드려야 하는 소방의 막중한 책무중 하나다. 골든타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면서 출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때로는 꽉 막힌 도로를 역주행 하기도 하고, 좁은 골목길에서는 위험천만한 곡예주행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거기에 속도 모르는 사람들의 성질 급한 재촉이라도 있게 되면 소방차 운전대원은 더더욱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소방차를 운전한 사람에게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달갑지 않은 벌금이거나 징계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지 소방차를 운전한다는 이유만으로 결코 법에서 정한 책임과 의무를 면제 받을 수는 없다..
지난 4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보도 자료를 보면 2014년 대한민국 이혼 건수는 11만5500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0.2% 증가했다. 이혼 사유는 비단 배우자의 부정뿐만이 아니라 맞벌이, 육아, 명예퇴직, 질병, 노후대책 등 인생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들로써 대단히 슬픈 통계가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소방대원은 군인이란 직업과 함께 가장 높은 이혼율을 보이는 집단에 속해 있다. 일반인들의 이혼율에 비해서 무려 세 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직업군들은 오랜 시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2009년 미국의 한 소방대원 아내가 자신의 블로그에 “18년 동안 소방대원의 아내로 살면서 배운 것들(18 Years of Being a Firefigh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