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차라리 동물국회가 낫겠다”는 발언을 했다. 동물국회와 대비되는 표현은 식물국회이다. 식물국회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국회라는 의미이고, 동물국회는 몸싸움이 좀 난무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수파가 안건을 강행통과시킬 수 있는 국회를 말한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표현 자체가 불편하다. 식물은 아무것도 안 하는 존재가 아니다.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 얼마나 치열한가? 그런 식물을 아무것도 못한다는 의미로 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동물국회도 마찬가지이다. 동물은 늘 싸우고 폭력적인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 동물국회라는 표현도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정치인이라면, 좀 더 생명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표현상의 문제를 ..
흔히 1 대 99의 사회라고 한다. 상위 1%가 정치, 경제, 사회적 힘을 쥐고 있고, 99%의 삶은 팍팍하고 소외돼 있다는 의미다. 간단한 의문을 던진다. 경제적으로는 1%가 압도적 부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왜 정치적으로까지 1%가 지배해야 하나? 대기업 주식은 재벌 회장이 많이 갖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1주도 없다고 하더라도, 선거에서는 재벌 회장이든 비정규직 노동자든 모두 1표를 갖고 있지 않나? 그런데 왜 정치적 힘에서도 평등하지 않을까? “돈이 정치를 지배하니까 그렇지”라고 얘기하고 끝내지는 말자. 서양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부유한 남성들에게만 투표권이 인정되었다. 그때라면, “돈이 정치를 지배하니까 선거해봐야 소용없어”라는 얘기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
얼마 전 지하철에서 낯선 분이 아는 척을 했다. 본인이 예전에 재벌그룹 핵심부에서 근무했었다고 말했다. 십수년 전 그곳에서 일할 때 당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나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내가 활동하던 시민단체가 그 재벌그룹의 불법행태를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분은 그 후에 다른 외국계 기업으로 옮겼다가 부당해고를 당해 소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얘기 중에 그분은 자신이 경험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부족국가’라고 말했다. 그분이 말한 ‘부족국가’의 의미는 기득권을 가진 족속들끼리 해 먹는 국가라는 것이다. 본인도 거기에 기여한 것이 아닌가하는 자책도 하는 듯했다. 자신이 예전에 살았던 모습도 돌아보면 떳떳하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그분과의 우연한 만남 이후에 ‘부족국가’라는 말이 ..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가장 오래된 측정소는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산에 있다. 여기서 측정된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해 5월에는 평균 407.70PPM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같은 달(403.94PPM)에 비해 무려 3.76PPM이나 증가한 수치이다. 미국 해양대기청 지구시스템연구소(NOAA-ESRL) 홈페이지에서 이 수치를 확인하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 빨라도 너무 빨리 수치가 올라가고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제시한 마지노선이 450PPM인데, 이 속도로 간다면 450PPM을 넘어서는 데에는 20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한심한 것은 정치이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온 도널드 트럼프는 기후변화 자체를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