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면, 분노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모인 지 2년이 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그 이전부터 쌓여가고 있었다. 불평등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소수의 특권층들이 사실상 지배하는 국가가 된 지 오래였다. 그 결과 사회 곳곳에서 불공정이 심각해졌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정치는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그래서 ‘이게 나라냐’는 외침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 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조기 대선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변화는 있었다.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던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그것만 해도 큰 변화이다. 그러나 국내 문제를 ..
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심상치 않다. 촛불민심은 이미 잊은 듯하다. 개혁에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개혁과제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얄팍한 계산을 튕기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의 말조차 무시하는 듯하다. 여당이 맞는지 의문스럽다. 지난 8월16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가 회동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 얘기를 먼저 꺼냈다. 본인이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 개혁을 그 누구보다 일찍 주장해 왔고, 2012년 대선과 작년 대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것을 환기시켰다. 또한 3월에 발의했던 대통령 개헌안에도 그런 내용을 담았다며,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먼저 선거제도 개혁 얘기를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탁월한 연설가였다. 그가 했던 연설의 대목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 이 연설은 유튜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친구에 관해 얘기한 것이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친구를 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 말은 떠듬떠듬 유창하지 않게 원고를 보면서 읽었습니다만, 제가 아주 존경하는, 나이는 저보다 적은 문재인을 제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감이 됩니다. 제일 좋은 친구를 둔 사람이 제일 좋은 대통령 후보가 아니겠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에, 그의 친구 문재인은 정치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
6·13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 등 굵직굵직한 이슈에 묻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자리 잡을 수 있느냐는 워낙 중요한 문제이므로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는 촛불 이후에 처음 치르는 지방선거이다. 그리고 이 선거결과는 우리들의 삶에 여러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여부나 중앙정치의 분위기에만 쓸려가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정치개혁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번에 거대정당들이 한 공천만 보더라도 그렇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공천과정에서 많은 잡음이 있었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 덕분에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된다는 인식이 오히려 공천의 문제를 키웠다. 한 가지 예만 든다면..
3월26일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다. 필자는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준비하는 국민헌법자문특위에서 활동했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보면 아쉬운 부분들도 많다. 국민헌법자문특위에서 제안했던 내용보다 후퇴한 부분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직접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개정안 국민발안제가 빠졌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만 헌법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헌법개정안 국민발안제는 국회 논의과정에서라도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는 여성의 동등한 참여와 정치적 대표성 확대에 관한 부분이 명시되지 않았다. 교육, 환경 등의 기본권 영역에서도 미흡한 점들이 있다. 지방분권과 대통령 권한 분산의 측면에서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6·13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풀뿌리 지방의회인 기초지방의회 선거구는 아직도 획정되지 않았다. 국회가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국회가 5일 본회의를 통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한다고 하지만, 본래 작년 12월13일까지 끝났어야 하는 기초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은 늦어도 너무 늦어졌다. 더더욱 우려되는 것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기초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을 기존대로 졸속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초지방의원 선거구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표현에 따르면 ‘살당공락’의 결과를 초래하는 적폐 중의 적폐이다. 직접 지방행정을 8년간 운영해 본 이재명 시장이 오죽하면, “살인자도 거대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고, 공자님도 공천 못 받으면 떨어진다”는 얘기를 하겠는..
작년 12월12일 대구·경북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은 사설을 통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매일신문은 “홍 대표는 대구에서 정치를 하고 싶다는 뜻을 누차 피력한 바 있는데, 지방분권 개헌 열망에 찬물을 계속 끼얹는다면 그 꿈 일찌감치 접기를 권고한다”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 사설은 개헌을 둘러싼 현재의 논의지형을 잘 보여준다. 지금 자유한국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홍준표 대표가 원색적인 비난을 하며 제동을 걸고 있고, 그것이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국회 개헌특위의 자문위원회 보고서 중 일부 내용을 문제 삼고 있는 것도 이런 비판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
내년은 6·10민주항쟁 31주년이다. 30주년이었던 올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를 평화적으로 극복하고 대통령을 교체했다. 31주년에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국가적인 숙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마침 31주년 직후인 내년 6월13일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이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이 공약이 현실로 된다면, 문 대통령은 30년 동안 손보지 못한 정치시스템을 바꾼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국회논의를 지켜봤지만 해법이 안 보인다는 데 있다. 국회 개헌특위는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게다가 최근 들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던 자신의 공약까지 뒤집었다. ‘지방선거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