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8일이면 촛불 1주년입니다. 1주년을 맞는 마음이 어떠신지요? 촛불을 들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히 편지를 써 봅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께 꼭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셔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 시점에서 세 가지를 꼭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나를 도와준 사람들은 잊어버리고 국민만 생각하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문 대통령을 만든 1등 공신은 어려울 때를 같이 해 준 측근들도 아니고 지금의 참모들도 아닙니다. 촛불시민들입니다. 누구보다도 이 점을 잘 아실 분이지만, 그동안 있었던 몇몇 인사 실패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합니다. 두 번째로, 이벤트..
북유럽의 핀란드는 대한민국과 유사한 면이 많은 나라다. 1917년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핀란드는 곧바로 좌·우 간의 내전을 치르게 된다. 당시 핀란드 인구가 300만명 정도이던 시절이었는데, 내전의 와중에 3만6000명의 핀란드인이 사망했다. 인구의 1%가 넘는 숫자였다. 전투 중에 죽은 경우뿐만 아니라, 테러와 질병, 포로수용소에서의 굶주림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 비참한 상황이었다. 내전에는 독일, 소련의 외국군대까지 개입했다. 내전의 결과는 우파의 승리였다. 우파는 왕이 있는 군주국을 선호했다. 그러나 우파를 지원했던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핀란드는 공화국의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공화국의 권력구조를 둘러싸고도 이견들이 존재했다. 내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
국회 정문 앞에는 매일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국회 정문 앞은 1인 시위 장소로는 그리 좋지 않다.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피켓 내용을 한 번이라도 보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대개 차량을 타고 경비대원들이 지키는 정문을 통과해버린다. 결국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국회의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는 알 수 없다. 이런 풍경을 보면, 대한민국 국회와 시민 간의 거리가 느껴진다. 국회는 시민 옆에 있지 않다. 국회 담장에 둘러싸여 여의도 면적의 8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자기들끼리 존재할 뿐이다. 그 넓은 땅은 시민들이 평화롭게 의견을 표명하고, 휴식도 할 수 있..
의원들이 문제다. 충청북도의원 4명이 물난리가 난 지역을 뒤로하고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서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충청북도의원만이 문제는 아니다. 5월 말에는 광주 서구의회 의원들이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상품으로 공무 국외연수(해외연수)를 다녀와서 논란이 되었다. 의원들이 일반인과 섞여서 관광지 중심의 일정을 다녀와 놓고, ‘공무 해외연수’라고 한다니 한심한 일이다. 지방의회만이 문제가 아니다. 국회에서는 21일 추경예산을 통과시키는 본회의가 열렸는데, 정족수가 모자라서 1시간 가까이 회의가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에서 26명이 본회의에 불참하는 바람에 발생한 일이다. 그 26명 중에는 불가피한 일정이 있었던 사람도 있겠지만, 뚜렷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지역..
경기 성남시가 시작한 청년배당 정책이 2년째를 맞고 있다. 성남시는 2016년에 분기당 12만5000원의 청년배당을 만 24세 청년들에게 지급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분기당 25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기본소득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배당은 지역상품권 형태로 지급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된다. 청년배당을 지급받으려면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그 이외에 다른 조건은 없다. 그래서 성남시에 거주하는 청년 1만1000명 정도가 청년배당을 지급받는다. 1년에 들어가는 예산은 100억원 정도이다. 이 청년배당 정책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해왔다. 왜 ‘조건 없이 돈을 지급하느냐’는 반론도 많았다. 그리고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1년에 100만..
문재인 대통령이 5·18기념식에서 열사 4명의 이름을 불렀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고 군사정권의 억압에 맞서 목숨을 던졌던 이들이다. 다가오는 6월10일에도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다. 1987년 1월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해 목숨을 잃었던 박종철, 6월9일 최루탄에 쓰러져 목숨을 잃은 이한열. 그리고 6월18일 부산 범천동 고가도로에서 시위 중에 최루탄을 맞고 추락해 숨진 ‘이태춘’이라는 이름도 기억해야 한다. 그해 여름 거리에 섰던 수많은 시민들도 잊을 수 없다. 그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있었다. 그는 6월항쟁 당시 30만명이 참여하는 부산시위를 이끌었던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이었다. 30년 전 최루탄 속에서 발표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의 결..
- 5월 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5·9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감개무량한 일이다. ‘내년 2월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했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보면 정말 아찔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패와 국정농단이 그때까지 지속되었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갔을 수 있다. 그래서 5월9일은 4·19, 6·10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또 다른 기념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5월9일에 잊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다. 첫째, 탄핵과 조기 대선을 함께 이뤄낸 동료 시민들 중 상당수가 투표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 19세로 정해진 선거권 연령 때문이다. 작년 10월 이후 청소년들은 촛불시민혁명의 주역이었다. 광장에서 발언하고 함께 촛불을 들었다. 그런데 투표는 하지 못한다. 최소한 만 18세부..
3월31일 오후 1시. 3년 가까운 긴 기다림 끝에 세월호가 목포신항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인양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체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고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이 이런데, 미수습자 가족들,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미 너무 늦었지만, 하루빨리 미수습자들을 찾고, 참사의 진상이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하늘에 있는 영령들에게 최소한의 예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날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온 날과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날이 같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해 왔다. 또한 세월호 참사 당일 자신의 행적에 대해 숱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