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세 난민’을 탈출하게 됐다는 소식이 또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현 정부의 새 임대차법 중간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게 된 사연이 국정감사장에서 알려진 이후 홍 부총리의 전세난은 꽤 오랫동안 온 국민의 관심거리가 돼 왔다. 서울 마포 전셋집은 주인이 들어와 비워줘야 하고, 소유하고 있는 경기 의왕 아파트는 세입자가 갱신권을 청구하며 안 나가겠다고 하는 상황이었는데, 최근 세입자가 마음을 바꿔 아파트를 팔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자승자박”이라는 조롱에 이어 “자기 집 팔 수 있게 됐다는 게 대체 뉴스거리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달여 전만 해도 전세난이 곧 진정될 수 있다고 낙관했던 그가 전세문제 해결 난망을 실토하며 빠르게 해결되기 어렵다고 고개를 숙였다. 스스로 정책 당사자가 되고..
스마트폰을 하루에 221번 들여다보고, 몸에서 1m 이상 떼어두는 일이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를 5년 전쯤 접하고 놀란 적이 있다. 지금은 그 이상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가 35억명이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로 세계 1위다. 문명공학자 최재붕 교수는 스마트폰을 오장육부에 하나 보태진 오장칠부라고 칭했다. 24시간 신체에 붙어 있으며 인간의 일상을 바꾸는 역할을 하는 터라 간 밑에, 쓸개 밑에 있는 인공장기와 같다는 얘기다. 오장은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이고 육부는 쓸개·위·대장·소장·방광·삼초다. 요즘 스마트폰은 이런 급이다. 비대면 생존이 관건이 된 코로나19 시대에 중요성이 훨씬 커졌음은 물론이다. 2011년 5월, 박지성이 뛰던 영국 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
국민의힘이 지난 5일 중앙당사를 서울 여의도로 옮겼다. 자유한국당 때인 2018년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영등포로 떠났다가 2년3개월 만에 다시 의회정치의 중심지 여의도로 복귀했다. 앞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명을 바꾸고, 당 색깔도 핑크에서 빨강, 파랑, 흰색 혼합으로 교체했다. 당 강령에 5·18 등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담았고, 10대 기본 정책에는 경제민주화 구현을 포함시켰다.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의 껍데기는 모두 바꿨다. 김 위원장의 처방은 과거 지우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6월1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만들 것”이라며 “정책 측면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진보정당보다 먼저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재벌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차 세계대전 미군 전사자들을 ‘패배자’ ‘호구’로 비하했다는 보도로 이달 초 곤욕을 치렀다. 막말을 밥 먹듯 하는 트럼프이지만 군 통수권자가 입에 올릴 말은 아니다. 사실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물론 힘없는 이들만 군에 가는 게 현실이니 틀린 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트럼프 또한 가짜 진단서 등으로 징집을 면하지 않았던가. 관심을 끈 것은 이보다 트럼프가 반박하면서 한 말이다. 장병들이 자신을 엄청 좋아한다고 운을 떼고는 이렇게 말했다. “펜타곤의 고위 인사들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전쟁을 계속해 폭탄과 항공기 등을 만드는 훌륭한 회사들을 기쁘게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방산업체 간 회전문 인사를 통한 결탁, 즉 ‘군산복합체(Military-ind..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의사파업 봉합 직후 들려온 독일 의사들의 소식은 그야말로 딴 세상 이야기였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인구당 의사 수가 2배 가까이 많은데도 의회에서 의대 입학 정원 50% 확대 추진을 밝혔다. 쟁점은 같지만 독일 의사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 인력 확대를 요구해 온 독일 의료계는 이 방안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 의사들은 거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정원 10% 증원안에 대해 극렬하게 저항했다. 무슨 차이일까. 독일에선 예비 의사들을 국민건강을 함께 지키는 동료로 본 반면, 한국에선 내 몫을 빼앗아갈 경쟁자로 본 것이다. 이번 의사 파업을 보며 가장 당혹스러웠던 장면은 보건복지부 고위 관료의 “의사는 공공재” 발언에 대한 의료계의 격앙된 ..
2차 재난지원금이 선별지급으로 낙착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자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면서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재정 형편은 현실적인 이유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재정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세수는 제자리걸음이어서 내년에도 적자살림이다. 허리끈을 조이자는 설명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군비에 뭉텅이로 돈을 쏟아붓는 걸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정부는 지난달 ‘국방중기계획’에서 향후 5년간 방위력 개선에 100조원을 포함해 301조원의 국방비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규모도 천문학적이지만, 경(輕)항공모함과 극초음속 미사일, 북한 장사정 포탄 요격용 아이언돔 등 타당성과 현..
가짜뉴스는 해롭다. 사회를 시끄럽고 어수선하게 만든다. 건전한 공론에 도움이 안 된다. 현실을 왜곡해 사회 갈등과 혼란을 부추긴다. 갈등 비용을 늘리고 행정력을 낭비시키며 공동체의 안녕을 위협한다. 이 말들은 거짓이 아니다.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뜨리는 사람들도 동의할 것이다. 그들은 그것이 가짜뉴스가 아니라거나 몰랐다고 주장할망정 가짜뉴스가 이롭다고 말하진 않는다. 가짜뉴스는 감염병 시대에 더욱 기승을 부린다. 불안과 혼란을 파고들며 전염병처럼 무서운 기세로 확산한다. ‘정보 전염병’을 뜻하는 ‘인포데믹’이라는 말이 익숙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찍이 “인포데믹 역시 우리의 적”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예외일 리 없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노심초사하는 와중에 가짜뉴스의 해악이 갈수록 심각해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한 중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함수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수학 교사의 말에 주저없이 ‘부동산 문제의 미래를 알고 싶다’고 했다. 집값, 전셋값 고민에 골몰해 있음을 부지불식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는 순간부터 일관되게 사회적 약자 보호와 양극화 문제 해결을 강조해왔다. 그는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밝혔다. 첫 시정연설에서는 국민들의 고달픈 하루하루에 대한 정치의 책임을 직시하고 맞서겠다고 했다. 그의 진정성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2017년 2분기 3.8%였던 실업률은 2020년 2분기에 4.4%로 올라갔다. 최상위 20%의 소득을 최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도 2017년 1분기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