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은 각국 방산업체들이 경쟁하는 신무기 실험장이다. 민간 우주개발업체인 스페이스X의 저궤도 소형 인공위성 스타링크도 그중 하나다. 개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터넷망을 파괴하며 일방적으로 갈 것 같았던 전쟁은 우크라이나군이 스타링크로 대체 인터넷망을 확보하며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사업가 일론 머스크가 쏘아올린 저궤도 위성 수천 대가 기지국 역할을 하며 우크라이나군도 정확한 위치정보 파악이 가능해진 것이다. 스페이스X 단말기만 있으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군에 이상이 생겼다. 많은 스타링크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군의 피점령지 수복이 주춤한 것이다. 그즈음 머스크가 러시아 측과 평화안을 논의했다는 얘기가 나왔고, 그가 미국 국방부에 보..
‘공천 학살’이란 말이 정가에 나돈 것은 2000년부터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계파 보스(김윤환·이기택·신상우)와 현역의원 43명을 16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새 피 수혈로 치장된 3김(金) 시대를 지나 이 총재가 빼든 거물급 낙천은 숫자와 충격파가 커 학살로 칭한 것이다. 또 한 번의 대권 도전을 위한 이 총재의 당권 강화 포석이었다. 그로부터 보수정당의 총선은 공천 몸살이 컸다. 2008년 친이명박계의 친박근혜계(김무성·서청원·홍사덕) 낙천, 2016년 친박계의 비박계(유승민·이재오) 낙천, 2020년 친황교안계의 잠룡(홍준표·김태호) 낙천 파장이 이어졌다. 2008년 박근혜 전 대표는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저항했고, 2016년엔 이한구의 ‘진박 감별’과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40주년을 맞아 ‘레전드 40’을 선정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진정한 스타 플레이어들이다. 10개 구단 현역 1군 감독 중 레전드 40은 이강철 KT 감독이 유일하다. 최다 득표를 한 4인(선동열·최동원·이종범·이승엽) 가운데 1군 감독 경험은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뿐이다. 감독을 지냈던 레전드도 40명 중 8명에 그친다. 김경문 전 NC 감독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10시즌을 뛰면서 6홈런, 타율 0.220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김 전 감독은 두산 감독으로 선임됐을 당시 인터뷰에서 “이기는 것에만 익숙한 장수는 전쟁에서 지고 돌아온 부하의 심정을 모른다. 프로야구라는 전쟁터는 이기고 지는 것의 반복이다. (스타 출신이 아니어서) 누구보다 음지의 고달픔을 잘 헤아릴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차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욕ㅣ연합뉴스 미국이 대외관계에서 스텝이 꼬이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비판했지만, 대통령이 된 뒤 ‘실용외교’ 차원에서 그를 만났다. 그런데 사우디가 최근 원유 감산을 늦춰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며 바이든이 곤혹스러워졌다. 바이든은 다시 대사우디 관계에서 인권을 앞세우는 ‘가치외교’를 할 가능성이 있다. ‘가치외교’가 국내에 본격 소개된 것은 2006년 11월 아소 다로 일본 외무상의 정책 연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나오는 방사능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 1000여기를 공중 촬영한 사진. 후쿠시마 | EPA연합뉴스 물이 없으면 원자력발전소도 존재할 수 없다. 우라늄 핵분열로 증기를 데워 발전용 터빈을 돌리는데 거기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물로 식혀야 한다. 100만㎾급 원전 한 기를 가동하는 데 초당 약 70t의 냉각수가 들어간다. 원전을 강과 바다 근처에 짓는 이유다. 냉각시키지 못하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처럼 원자로가 녹는다. 당시 지진에 따른 해일로 취수구가 망가지면서 열 제거 기능이 마비돼 원전이 폭발했다. 기후변화로 냉각수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원자력 발전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세계기상기구(WMO)가 11일 전망했다. 전 세계 물이 부족한 원전 비율이 현재 15%인데 향후 ..
정상 범주의 지능인데도 산술에 유독 취약한 경우 ‘난산증’(dyscalculia)을 의심해봐야 한다. 글자를 좀처럼 읽지 못하는 학습장애인 난독증(難讀症)처럼, 난산증은 숫자와 수학에 약한 것을 말한다. 난산증 어린이의 경우 더 큰 숫자를 구분하는 데도 애를 먹으며, 간단한 사칙연산도 잘하지 못한다. 거스름돈을 계산하거나 시계를 보는 데도 애를 먹어 또래의 놀림을 받곤 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요리재료를 계량하거나 지도를 읽고 안무를 외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업무를 위한 시간 배분에 실패하기도 한다. 수학 시험은 공포 그 자체이다. 공식이 머리에서 뱅글뱅글 돌 뿐 도무지 답을 써내지 못한다. ‘수포자’가 되기도 한다.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은 이만저만 ..
‘멸종저항’은 2018년 영국에서 시작돼 세계 85개국으로 퍼져나간 급진적 기후환경운동 단체다. ‘진실을 말하라, 당장 행동하라, 정치를 넘어서’를 모토로 내걸고 국제 기후위기 대책을 요구한다. 인류 생존을 위해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202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의회를 꾸려 정책을 만들어나가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더불어 비폭력 행동과 시민 불복종 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멸종저항을 유명하게 한 것은 그 시위 방법이다. 2019년 4월과 10월에 세계 주요 도시의 중심가와 명소, 정부 기관 등을 점령하는 시위를 벌여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 시초였다. 영국 런던의 트래펄가 광장에 ‘우리의 미래’라고 적힌 영구차를 등장시키더니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월가의 상징물인..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국정감사장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한 폭언이다. 정의당과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공직을 이어온 김 이사장을 ‘이 둥지 저 둥지 옮겨다니는 뻐꾸기’로 빗대며 악담을 퍼부은 것이다. 빗발치는 사과 요구에도, 권 의원은 ‘나였다면 혀 깨물겠다’는 것이고 “선택적 환청”이라며 버티고 있다. 국감 첫날인 4일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5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의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 6일 주철현 민주당 의원이 서해 피격 공무원의 근무지 이탈을 “뻘짓거리”로 비유한 것도 국감장에서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케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막말이 국감을 할퀴고 세우고 있다. 과거 국감 파행은 색깔론이나 지역 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