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열린 ‘정훈이 만화, 영화와 뒹굴뒹굴 25년’전.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게슴츠레한 눈, 땜통이 있을 것 같은 상고머리, D라인 체형의 백수 남기남. 예수머리를 한 저예산 영화감독 씨네박. 씨네박은 남기남의 멘토를 자처하지만, 둘은 모두 어설프다. 영화주간지 ‘씨네21’에서 1996년부터 2020년까지 연재된 작가 정훈이(본명 정훈)의 ‘정훈이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그의 만화들은 기발한 상상력, 유쾌한 입담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활자매체의 시대, 씨네21 구독자들은 새 잡지를 받자마자 맨 뒤쪽의 정훈이 만화를 먼저 읽었다. 연재가 잠시 중단됐을 때 독자 항의가 빗발치자 씨네21 편집부에서 급히 작가를 불러왔을 정도였다. 영화 제목을..
한 남성이 6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개막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의 로고가 새겨진 벽 앞을 지나고 있다. 샤름 엘셰이크|신화연합뉴스 전쟁과 참사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기후정상회의가 개막했다. 6일 시작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라는 긴 이름의 이 회의 개최지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이다.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Parties)의 영문 앞글자와 올해 회의 차수를 따서 ‘COP27’로 부른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체결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1995년 독일 베를린의 첫 총회(COP1) 이후 매년 대륙별로 돌아가며 연다. 1992년 리우 회의 이후 30년간의 기후외교가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보다 더 뜨거워졌을 것이다. 구속력 ..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사고 열흘째인 4일 오후 구조 당국이 고립된 작업자 2명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한 천공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사건이 있다. 경북 봉화군의 아연 광산 매몰 사고다. 지난달 26일 일어났으니 열흘째를 맞았다. 4일 당국은 고립 광부 2명의 생존 확인 및 구조 진입로 확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광부들이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 부근까지 구멍을 뚫는 데는 성공했다. 구멍에 내시경을 넣어 살펴보니 다행히 물이나 토사가 차 있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존 신호는 없고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사고 당시 갱도 내부에서는 총 7명이 레일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토사가 ..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D조 올림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 어깨에 얼굴을 부딪쳐 치료받고 있다.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안면골절 수술을 받게 돼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마르세유/AP연합뉴스 손흥민은 22세 때 월드컵에 처음 나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다. 그 대회에서 1골을 넣었다. 알제리를 상대한 조별리그 2차전 후반 5분에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골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다. 한국이 0-3으로 지고 있던 터라 기뻐할 새가 없었다. 그 경기가 결국 2-4 패배로 끝나자 손흥민은 홀로 땅을 치며 대성통곡했다. 그때부터 그에게..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경찰청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 청장은 참사 전 112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며 “읍참마속의 각오로 감찰과 수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읍참마속(泣斬馬謖). 큰 목적을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린다는 뜻이다. 군령을 어기고 멋대로 전투를 지휘하다 참패한 마속을 제갈량이 눈물을 머금고 참형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사과하며 이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윤 청장은 참사 전 시민들의 112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면서 “읍참마속의 각오로 감찰과 수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부하들을 엄벌하겠다는 의미지만 윤 청장이 대국민 사과에 이 ..
소수인종 배려입학 제도(어퍼머티브 액션) 위헌소송 심리가 시작된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연방대법원 밖에서 제도 유지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960년대 미국 민권운동의 성과 중 하나가 사회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온 소수계를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의 도입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인종을 입학을 결정할 요소 중 하나로 인정하는 소수인종 배려 입학제다. 덕분에 흑인과 원주민, 라틴계와 아시아계 학생들은 명문 대학 입학 때 혜택을 받아왔다. 미국을 지탱하는 유산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백인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부르면서 미 사법계의 대표적인 논쟁거리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이 정책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세 차례 있었다. 첫 ..
그래픽 | 김상민 기자 1989년 4월15일, 영국 프로축구팀 리버풀 FC와 노팅엄 포레스트의 경기가 열린 힐즈버러 경기장에서 94명이 압사하고 700명 넘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리버풀 팬들의 전세버스가 도로정체로 연착해 한꺼번에 몰린 게 시작이었다. 검표소에서 극심한 병목현상이 벌어진 상황에서 ‘누군가’가 출입문을 열었다. 몰려드는 관중은 통제되지 않았다. 양측면에는 다소 여유 공간이 있었지만, 인파는 이미 초만원이던 중앙구역으로 몰렸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보호철망이 무너지며 아비규환이 빚어졌다. 경찰은 술에 취한 훌리건들이 표도 없이 경기장에 난입해 벌어진 단순사고라고 발표했다. 황색언론들은 리버풀 팬이 출입문을 열었다는 등 경찰이 흘린 정보를 그대로 받아썼다. 유족들은 경찰로부터 사망자가 ..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 인근의 한 상점에 30일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휴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19신고 후 2분 만에 구조대원들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초동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좁은 골목길에 옴짝달싹할 틈도 없이 들어찬 인파를 헤쳐나갈 수 없었다. 사방에서 구해달라, 살려달라는 비명과 울음이 터져나왔다. 목격자들은 사람들이 계속 밀리고 버티고 깔리는 상황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고 했다. 결국, 지난 29일 밤 이태원은 축제를 즐기러 나온 수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고 다친 참사의 현장이 됐다. 시민 다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로를 도왔다. 자발적으로 손을 뻗고 팔을 걷어붙여 인명 구조에 나섰다. 구조대가 오기 전부터 길에 떠밀려가던 사람들의 손을 잡아 난간 위로 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