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경기장의 전광판에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팀 로고가 띄워져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필라델피아는 정치·경제적으로 역사가 깊은 도시다.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던 미국이 1776년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곳이다. 미 제헌의회가 열렸고, 워싱턴으로 옮기기 전 10년간 임시 수도였다. 미국인이 자국 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한 주조국이 처음 설립됐고, 증권거래소도 여기서 생겨났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제조업지수는 미국 산업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널리 쓰인다. 극성 스포츠팬이 많기로 유명한 필라델피아에는 야구(필리스)·농구(세븐티식서스)·아이스하키(플라이어스)·풋볼(이글스) 등 4대 프로 스포츠팀이 있다. 한 도시..
‘레고랜드 사태’가 일파만파다. 굴지의 대기업마저 자금난에 허덕이고, 초우량 등급인 한국가스공사 발행채권마저 유찰될 정도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2050억원을 못 갚겠다며 지난달 28일 레고랜드 사업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벌어진 일이다. 지방정부가 지급보증했던 우량 채권이 부도나자 시장에 공포가 번졌고, 신용붕괴를 막으려 정부와 한국은행이 최소 50조원을 쏟아붓는 중이다. 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 김 지사는 지난 24일 입장문을 내놨으나 궤변 일색이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적 없다. 금융사가 임의로 부도처리한 것”이라고 했으나, 금융사 측은 대출연장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010년 성남시장 때 지불유..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소나무관에 안치돼 뤼순(旅順)감옥 공동묘지에 묻혔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국 언론보도를 국가보훈처가 안 의사 의거 113주년인 26일 공개했다. 중국 선양에서 발간된 1910년 3월30일자 는 안 의사 둘째동생인 안정근 지사에게 뤼순감옥 관리자가 “고심 끝에 파격적으로 하얼빈의 소나무로 만든 관에 유해를 안치하고, 조선 풍속에 따라 관 위에 흰 천을 씌운 영구(靈柩)를 감옥 내 교회당에 둔 후 우덕순 등 3명의 죄수들에게 조선 예법에 따라 두번 절하게 하여 고별식을 치르도록 허락했다”고 보도했다. 국가보훈처 제공 안중근 의사 유해가 하얼빈산 소나무관에 안치됐다고 보도한 중국 신문을 26일 국가보훈처가 공개했다. 중국 선양에서 발간된 1910년 3월30일자 ‘성경시보’는 안 의사 동생인..
지난해 영국에서 인도 독립 75주년을 앞두고 마하트마 간디를 기리는 5파운드 기념주화가 만들어졌다. 힌두교 명절 디왈리에 즈음해 공개된 이 동전에는 연꽃 그림과 ‘내 삶이 곧 메시지’라는 간디의 책 제목이 새겨졌다. 힌두교는 영국에서 1~2%에 불과한 소수종교이고, 인도계 이민자 역시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소수인종이다. 기념주화 제조를 주도한 사람은 당시 재무장관이던 리시 수낵이다. 수낵은 25일 찰스 3세 국왕의 임명을 받아 57대 총리에 취임했다. 영국 의원내각제 301년 역사상 첫 비백인·비기독교도 총리다. 보수당 소속이지만, 진보 매체 가디언에서도 “다문화, 다종교 사회 영국의 이정표”라는 평가가 나왔다. 수낵의 뿌리가 있는 인도의 시민들은 물론 영국의 인도계 이민자들도 환호했다. 수낵은 1..
국민참여재판과 성범죄의 상관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신청된 4건 중 1건이 성범죄였다. 무죄 확률이 높아 성범죄 피고인들이 유독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고 한다. 2020년 기준 일반재판에서 성범죄 무죄율은 3.7%인데 국민참여재판에서는 47.8%였다. 2008~2020년 국민참여재판에서 성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매우 높은 무죄율(21.88%)을 보였다. 강도나 상해에 비해서는 3배, 살인죄 무죄율과 비교하면 무려 10배가 넘는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법감정을 반영한다는 취지 아래 2008년 도입됐다. 무작위로 선정된 만 20세 이상 시민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를 판단한다. 그런데 어쩌다 이 제도가 성범죄자들이 무죄를 받는 통로로 활용되었을까. 배심원들이 성범죄에 관대하기 때문이다. 증거..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아동학대 벌어진 선감학원 수용 피해자인 박차복씨가 18일 경기 부천시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 중 자신의 선감 학원 당시 원아대장을 살펴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국가 권력이 단속·근절·일제소탕 대상으로 삼은 ‘부랑아(浮浪兒)’는 부모나 보호자 곁을 떠난 떠돌이 아이들을 뜻했다. 하지만 집도, 부모도 있고 떠돌이도 아닌 아이들이 마구잡이로 끌려갔다. 누님 댁에 가려고 서울에 왔다가 서울역에서, 할머니와 시장을 보다가 손을 놓치고 길을 잃어서, 장난감 총을 만들려고 길에서 나무젓가락을 줍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가난해서 옷차림이 허름한 죄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용소에 끌려간 아이들은 불법 감금 상태에서 강제노역과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추위와 허기 속에 낮에는 고되게 일하고 밤..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이 19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임동원(1933~). 구순을 맞는 이 원로는 지난 세기 격동의 한반도 역사의 주요 무대 뒤에 서 있었던 ‘한반도의 포레스트 검프’라 할 수 있다. 일제하 평안북도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 재학 중 6·25 전쟁이 터지자 월남했다. 기독교 장로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공산주의에 동의할 수 없었던 그는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 군인이 됐다. 육사 교관으로 쓴 저서 은 박정희 정권의 방첩 교과서였다. 이런 ‘반공’ 의식과 이스라엘군에서 접한 ‘자주국방’은 평생의 신조였다. 역대 최대 규모 군비증강 사업인 ‘율곡계획’을 입안한 것도 그였다. 신군부 쿠데타 후 그는 하나회의 반..
언제부턴가 한국 TV에 베트남 축구가 생중계되고 있다. 국내 팬들이 붉은 유니폼의 베트남 대표팀을 한국 못잖게 열렬히 응원하기도 한다. 그가 있어 생겨난 일이다.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 박항서 감독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수석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한 그는 한국 4강 신화의 숨은 주역이다. 폴란드와의 1차전에서 황선홍이 첫 골을 쏘고 그에게 달려가 얼싸안는 장면이 지금도 종종 나온다. 박 감독은 훗날 인터뷰에서 “골을 넣으면 벤치에 세리머니를 하라고 농담한 게 전부였다. 내게 안기라는 소리 안 했다”며 허허 웃었다.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나뉜다. 2017년 10월 박 감독 부임 이후 2018년 23세 이하 아시안컵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에 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