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했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애초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이 기구를 정부에 권고할 때는 ‘스포츠인권센터’였기 때문이다. 윤리와 인권, 둘 다 우리 현실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단어다. 그런데 ‘윤리’는 철학의 영역에서 깊이 탐구되는 바와 달리, 스포츠 현실에서는 ‘잘잘못’을 가리는 도구적 개념으로 한정되어 왔다. 이 때문에 새로 출범한 ‘윤리센터’가 기존보다 역할이 조금 확대된 ‘상벌기구’로 활동폭이 제한될 수 있다. 반면 ‘인권’이라고 할 경우, 스포츠의 긴급한 문제나 복잡한 상황을 보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게 한다. ‘윤리’가 폭력과 성폭력, 공정, 부정부패 등을 다룬다면 ‘인권’은 그것을 포함하되, 한국의 스포츠 현장에서 벌어지는 제반의 상황들, 예컨대 그 정책의 수립과 적용..
메이저리거 최지만(29·탬파베이)은 왼손 타자다.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 약하고 오른손 투수에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최지만은 그 전형이다. 2016년 빅리그 데뷔 후 지난해까지 4시즌 동안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이 2할5푼9리인데 왼손 투수 상대로는 1할8푼5리에 그쳤다. 왼손 투수가 상대 마운드에 오르면 대기하거나 교체되는 경우가 잦았다. 지난 25일 고교 선배 류현진(33·토론토)이 상대 팀 투수로 나온 시즌 개막전 때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스위치 히터는 좌·우 타석을 왔다갔다 하는 양손 타자다. 상대 투수의 좌·우에 따라 유리한 쪽 타석에 설 수 있으니 잘만 하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시도는 많은데, 성공은 쉽지 않다. 주특기인 한쪽 손에만 기량을 집중하기도 버겁기 ..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대한민국의 체육정책을 총괄하여 공적 책무와 공적 헌신을 해야 하는 엄중한 자리다. 현재 최윤희 차관이 맡고 있다. 작년 12월19일 임명되었으니 정확히 7개월이 흘렀다. 한두 달이면 모르되 반 년 이상 흘렀으니 무거운 질문을 던져도 될 듯싶다. 그사이, 국가의 체육정책은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고 그 문화는 활기차게 증진되었는가. 요컨대 최윤희 차관은 자신에게 주어진 공적 책무에 헌신하였는가. 글쎄, 확연히 그러하다며 격려하기 어렵다. 물론 획기적인 정책이 제안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설득하여 현실화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므로 섣불리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7개월이라면 충분히 그 가능성을 타진할 만하다. 최윤희 차관은 작년 말 중책을 맡으면서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
리즈(Leeds)는 영국 중북부의 대도시다. 맨체스터 동쪽으로 70여㎞, 런던 북쪽으로 300여㎞ 떨어져 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주요 산업도시로 발전했고 지금도 상업·행정 중심지로 꼽힌다. 인근의 맨체스터나 리버풀보다 큰 도시인데도 덜 알려진 이유는 관광객의 발길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빅 클럽’ 축구팀이 없다는 것도 두 도시와 차이가 나는 점이다. 그러나 리즈에도 1919년 창단한 유서 깊은 연고지 축구 팀이 존재한다. 리즈 유나이티드. 한국 축구 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친숙한 바로 그 팀이다. ‘리즈 시절’이라는 말이 있다. 왕년의 전성기·황금기를 뜻한다. 이 말의 출처가 바로 리즈 유나이티드다. 2005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때 팬들이 리즈 출신 동료 ..
고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혹행위가 상상 이상으로 극심했으며 최 선수 외에 다수의 추가 피해자가 있다는 증언과 폭로가 6일 나왔다. 그런데 주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변명과 발뺌에만 급급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최 선수가 속했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김규봉 감독과 선배 선수 2명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폭행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최 선수가 팀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와 더불어 가혹행위 당사자로 신고·고발한 이들이다. 김 감독은 “폭행한 적 없고, 선수가 맞는 소리를 듣고 팀닥터를 말렸다”고 주장하며 “선수가 폭행당한 것을 몰랐던 부분의 잘못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사죄할 마음이 없느냐는 의원 질의에 여성 선배..
2023년이면 서울시에 9개의 박물관이 새로 들어선다. 이미 서울생활사박물관, 서울우리소리박물관 등 5개가 개관했고 여기에 사진, 한식, 도성, 로봇 등 9개가 추가되어 총 14개가 된다. 서울시의 ‘박물관·미술관 도시-서울 프로젝트’ 일환이다. 많아도 적은 것이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역사와 기억과 사료와 교육이 총괄되는 공간이다. ‘국산사자음미실’에 걸쳐 모든 분야의 박물관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수도 서울’의 경우 이 정도의 역사와 문화와 인구 규모를 지닌 외국의 도시들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박물관은, 동네 도서관이 그렇듯이, 그 개념과 활용 방안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과거에 동네 도서관은 입시와 취업을 준비하는 ‘거대한 독서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고..
한국 스포츠계에선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된다. 관심이 전혀 없거나, 관심과 의견이 있더라도 그것을 표명했을 때 뒤따를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달리 미국 스포츠계에는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선수들이 꽤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간판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두 장의 사진을 올렸다. 한 장은 지난달 25일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무릎 밑에 깔려 있는 사진이고, 다른 한 장은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였던 콜린 캐퍼닉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이었다. 르브론은 사진과 함께 “이게 (캐퍼닉이 무릎 꿇은) 이유다. 이제 이..
프로야구 구단 삼미 슈퍼스타즈는 애잔한 추억의 이름이다. 왕년의 인천 야구팬이라면 잊지 못한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의 원년 6개 팀 중 하나. 인천이 연고지였다. 모든 선수가 서울 동대문운동장에 모인 개막식 날, 팀 마스코트로 원더우먼이 등장한 것부터 기묘했다.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팀 이름처럼 ‘슈퍼’하지도 않고 박철순·백인천·김봉연 같은 ‘스타’도 없었다. 어쩌다 반짝 잘할 때 ‘도깨비팀’으로 불린 게 그나마 칭찬이었다. 패배가 일상이고 꼴찌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슬픔에 빠진 팬들은 ‘삼미 슬퍼스타즈’라고 이름을 바꿔 불렀다.1983년에는 ‘너구리’ 별명의 재일교포 투수 장명부 덕분에 전·후기 각 2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1985년 5월 청보 핀토스에 팔려 사라지기까지 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