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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반도의 작은 마을에서 출발해 3개 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완성한 로마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화해와 관용이었다. 공화정 초기, 로마는 귀족과 평민들 사이에 전리품의 배분을 두고 크게 대립했다. 로마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서 피를 흘린 이들은 평민들이었음에도 패전국의 기름진 영토와 값비싼 전리품은 모두 귀족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귀족들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농토를 복구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평민들에게 고리대로 빌려주고 평민들이 이 돈을 갚지 못하면 토지를 몰수한 뒤 노예로 삼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기원전 494년 로마의 평민들은 이러한 귀족들의 횡포에 맞서 전쟁 수행을 거부하고 로마를 떠나겠다며 성산으로 철수했다. 이후 로마에서는 기원전 287년까지 네 번의 철수투쟁이 있었다. 당시 로마의 귀족들은 평민들의 빚을 면제해주고 평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호민관 제도를 창설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3910개의 가맹본부에 20만8104개의 가맹점이 존재한다. 그런데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을 살펴보면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0여년간 4694건이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한 해에만 572건에 이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가맹본부 앞에서 집회·시위를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가맹본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 가맹점은 가맹본부에 가맹비, 과도한 인테리어 비용 및 물품대금, 광고료 등 다양한 명목으로 이익을 뜯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맹본부의 갑질이 알려져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면 가맹점들의 고통은 배가된다.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맹본부는 변함없이 가맹점주로부터 다양한 명목으로 이익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가맹본부들은 로마 귀족들처럼 가맹점 매출을 통해 성장하면서도 가맹점들의 눈물어린 호소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의 집계에 따르면 2016년 현재 국내 3528개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영업을 시작한 지 10년 이상, 매장 500개 이상인 브랜드는 30개 정도에 불과하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평균 수명은 4.5년이다.
먼 옛날 로마는 상생을 통해 1000년의 역사를 꽃피웠다. 가맹본부가 혼자만의 생존을 고집한다면 그들의 수명은 고작해야 4.5년을 넘기 어렵다. 그들이 갑질이 아닌 ‘상생’을 택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상생’이 곧 나의 생존이기 때문이다.
성춘일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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