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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각종 언론매체는 고삐 풀린 배춧값, 널뛰는 농산물 등 다양한 표현으로 생활고의 원인을 농산물 가격 때문으로 돌리고 있다. 농자재와 인건비 등 생산비가 상승해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가격에 농산물을 파는 농가의 시름은 외면하고, 일시적으로 날씨 때문에 수급이 불안정해 값이 조금만 오르면 농산물이 마치 물가상승의 주범인 양 집중 부각시켜 호들갑을 떤다. 이로 인해 농촌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농가들이 농산물 값을 부풀려 엄청난 돈을 버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농산물 가격 불안이 물가 급등의 주요 요인이라고 보는 것은 착시현상이다. 농산물의 특성상 서민들이 자주 구입하는 먹거리로서 체감도가 높을 뿐이지 물가 급등의 주범은 아니다.

소비자물가를 들여다보자. 소비자물가는 481개 품목별로 가중치를 부여해 전체를 1000으로 맞추게 된다. 가중치는 5년에 한번씩 조정된다. 현재 농축산물의 소비자물가 가중치는 66.3(농산물 44.1, 축산물 22.2)이다. 우리나라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지출액이 267만원임을 감안할 때 농축산물 구입비로 6.6%인 17만6000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특히 농축산물 중 배추와 무의 가중치는 각각 1.7과 0.8이다. 배추에 4500원, 무에 2100원을 지출한다는 뜻이다. 반면 커피와 스마트폰 이용료는 가중치가 각각 3.5와 33.9로 한 달에 각각 9300원, 9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물가가 똑같이 10% 상승하더라도 배추는 450원, 커피는 930원, 스마트폰 이용료는 9000원이 오르게 된다. 이처럼 단순계산으로도 배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품목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지금이라도 농축산물 가중치에 대한 현실적 조정이 필요하다. 농축산물 가중치는 지난 1985년 235.6에 달했다. 이때만 해도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했다. 1995년 120.5까지 떨어진 뒤 2012년에는 66.3까지 하락했다. 도시지역 가구의 월지출액 가운데 농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농축산물의 소비자물가 가중치가 아직도 실제 가구 지출액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농축산물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가계에 큰 부담을 주며 전체 물가 상승의 주범처럼 인식되고 있다. 또한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농축산물 구입을 꺼리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서민의 삶과 밀접하고 가격변동이 심해 자주 이야깃거리에 오르기 쉽다는 이유로 물가 급등의 주요 요인으로 농축산물에 오명을 씌워서는 안된다.

변성섭 |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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