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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학생들이 ‘과자 뗏목’을 이용해 한강을 횡단해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학생들은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덤’이라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를 증명하고자 과자로 뗏목을 만들어 도강을 계획했고, 이들의 도전은 성공했다. 하지만 생산자도, 소비자도, 정부도 이 상황들을 마냥 웃어넘길 수 없게 됐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화려하고 잔뜩 부풀어진 포장의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니 과대포장에 대한 단속권이 있는 지자체도 바빠지는 모양새다.

과대포장의 문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기업의 입장과 포장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려는 환경당국의 이해가 엇갈리는 미묘한 지점에 있다. 또 입장을 바꿔보면 기업은 폐기물을 최소화함으로써 국토와 국민에 대한 환경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정부는 규제로 인해 기업의 영업활동을 위축해서는 안되는 측면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정부는 최소한의 법적 기준과 감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기업의 자발적인 과대포장 자제와 소비자의 이익 증진을 유도해왔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제품 포장의 법적 관리기준을 살펴보면 환경적인 부하가 특히 높은 음식료품류 등 7개 제품군, 23개 품목만을 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포장방법과 측정 기준에서도 포장 대비 내용물의 부피는 65~90% 이내, 포장횟수는 제품 특성에 따라 1차 또는 2차 이내로 제한하며 기업에 재량을 주고 있다.

과대포장을 막기 위한 노력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관련 기준에 예외규정이 많고, 기업 또한 이를 최소한의 기준으로만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환경공단이 의뢰받은 제품 포장검사 결과 분석을 보면 포장 관련 기준을 초과한 제품은 전체 검사 건수의 약 18%였다. 이는 과대포장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환경부는 지난 11월 과대포장 방지를 위한 용역에 착수하며 포장 재질·포장 방법 기준 등 관련 법규 개선 준비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 자원절약 등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더해진 이번 개선작업은 포장 폐기물의 감량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 포장재의 재활용률, 기업의 제품과 포장의 혁신까지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진화하는 포장 디자인 및 기법에 대응하는 제도 개선을 하되 제품의 특성에 맞는 기준의 설정, 완충재에 대한 여유 공간 인정범위 축소, 해외 제품과의 비교를 통한 합리적인 기준의 마련 등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과업계의 과대포장에 항의하는 대학생 3명이 28일 서울 잠실한강공원에서 과자 봉지로 만든 뗏목을 타고 한강을 건너고 있다. 이들은 국산 과자 봉지 속에 과자는 적고 질소만 가득한 과대 포장 문제를 '과자 뗏목'으로 알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출처 : 경향DB)


다행히 일부 제과기업을 필두로 포장재를 개선하고 제품의 양을 늘리기 위한 생산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포장 규격을 줄여 생기는 비용 절감분으로 과자의 양을 늘리고 품질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 품목, 제품들에서 이러한 노력들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화려한 포장보다는 내용물의 진정한 가치로 선물하는 이의 정성이 전달되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한다.


이시진 |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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