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표적인 겨울 축제인 강원도 인제의 빙어축제가 최악의 가뭄 탓에 취소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올해는 봄 가뭄에 이어 여름의 태풍과 국지성 호우도 충분치 않아 겨울과 내년 봄까지 큰 가뭄이 전망됐다. 대도시 주민들에게는 남의 일 같지만 강원도 등 산간 마을의 주민들은 가뭄으로 인해 식수 부족과 경제적 타격 등 고통이 심각하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 현상과 생태계 변화는 전 세계적인 화두이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1.8도 상승하며 세계 평균 온난화 추세를 두 배 가까이 웃돌았고, 2050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3.2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수량은 19.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강수일수는 감소하고 호우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등 강수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되어 겨울에서 봄 시기 가뭄 발생 빈도가 높고 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청계천에 아프리카의 물 부족 현실을 알리기 위해 설치된 대형 빨대 조형물 옆을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전반적인 강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뭄 피해가 예견된다는 것은 이 상황이 ‘물 부족’보다 ‘물 관리’의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부실한 물 관리로 인한 물 부족은 일차적으로는 생태계 변화와 농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식수와 식량 부족 문제, 나아가 사회경제적으로도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가적 차원의 가뭄 대책과 체계적인 물 관리 정책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 관리 정책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통합적인 관리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천, 저수지, 지하수 등 다양한 수원이 연계돼 관리되지 않고, 물 관리 기관도 국토교통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소방방재청, 한국수자원공사, 그리고 각 지자체까지 분산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일원화된 물 관리를 위한 기본법 제정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비한 수자원 적응기술 개발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물 관리에 있어 또 다른 중요한 축은 바로 가뭄의 관리이다. 가뭄은 홍수와 달리 장기간 넓은 지역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진행 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사전에 감지할 수 있으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가뭄상황 모니터링과 단계별 용수 공급량을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통합 가뭄정보 및 실시간 가뭄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국가 차원의 물 관리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물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다.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물 쓰듯 쓴다’는 관용어처럼 아직까지 물을 아끼고 관리해야 하는 자원으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국가 차원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물 관리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물을 합리적으로 절약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 나 자신의 절수 습관이 강원도 인제의 빙어축제를 되살리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배덕효 |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일반 칼럼 > 이렇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대포장 줄이기’는 미래를 위한 선택 (0) | 2014.12.22 |
---|---|
일그러진 ‘당신의 왕관’ 이제 내려놓을 때 (0) | 2014.12.15 |
일·학습병행제의 정착 위한 환경 조성 기대 (0) | 2014.12.08 |
담뱃값 인상 앞서 금연대책 마련해야 (0) | 2014.12.08 |
장모님의 엔딩의식 (0) | 2014.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