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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학습병행제 1기 수료식이 있었다.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학생으로 살아온 7명의 청년들이 학습근로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식 근로자로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나도 그 자리에 함께했다. 청년들은 한 단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출발선에 선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남들처럼’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나만의 길’을 선택하고 결정했기에 그들이 더욱 빛나 보였다.
한국은 유독 대학 진학률이 높다. ‘2014년 OECD교육지표’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전문대 이상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66%로 가장 높다. 사회 전반에 대학졸업장이라는 ‘스펙’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단단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용률은 평균을 밑돈다.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학습근로자들은 이런 환경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자 누구보다 앞선 선택을 한 것이다. 이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지 요즘 기업인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전에는 찾아가지 않으면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주변 학교에서 인재를 추천해 준다. 학생들이 단체견학을 요청하는가 하면 학부모들이 회사를 직접 방문, 자녀의 채용상담을 의뢰할 정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사원을 채용한 뒤 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서 숙련 인재를 양성할 수 있고, 학습근로자는 사전 직업탐색의 기회는 물론 불필요한 스펙을 쌓을 필요 없이 바로 기업에 조기 채용될 수 있다는 양쪽의 장점이 인식되고 있는 결과일 것이다.
이번 수료식까지 우리 회사는 신청에서부터 NCS 기반의 훈련과정 개발 및 인프라 구축, 학습근로자 선발, 현장 및 이론교육, 내·외부 평가에 이르기까지 일·학습병행제의 과정을 온전히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일·학습병행제가 제대로 단단히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보인다.
먼저 법률적 근거가 될 ‘산업현장 일·학습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돼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국가 자격이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직무능력이 산업계에서 학력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다. 학습근로자 보호와 학습권 보장도 가능해지며 기업도 필요한 인력을 스스로 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지속적으로 인재 충원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기업과 산업계 스스로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사람이 곧 기업의 핵심 역량임을 고려해 스스로 핵심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기업인들 스스로 내 일이라는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지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이라는 간판보다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개인의 능력으로 인정하는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졸업장이 꼭 있어야 할 것 같아서라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는 한 능력중심사회 구현은 헛된 구호로 끝날 뿐이다.
이 조건들이 합을 이뤄 청년들이 기업의 인재가 될 뿐만 아니라, 이론과 실무를 겸비해 훌륭한 강의를 할 수 있는 교수로도 거듭날 수 있는 능력중심사회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주상완 | 씨앤엠로보틱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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