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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분야의 유엔총회’로 불리는 ‘2015 세계교육포럼’이 21일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평등한 양질의 교육과 평생학습을 강조하는 ‘인천선언’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그러나 송도에서 사흘간 진행된 포럼은 세계 최대 교육행사라는 외형적 화려함에 가려졌을 뿐, 30~40년쯤 거슬러 올라간 듯한 구태가 이어졌다.

지난 20일 오후 학교나 학년 전체가 체험학습을 왔다는 인천의 5개 중·고교생들을 만났다. “정말 재미없었어요.” 건물 벽에 기대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아이들은 “아직도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며 입이 잔뜩 나와 있었다.

길 건너 편의점 앞에서 컵라면을 먹던 아이들은 “빨리 출첵(출석체크)하고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의 많은 초·중·고 학생들이 방문하여 ‘성황리’에 운영되었다”고 자평한 행사의 실상이다.

이례적인 취재 제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19일 개막식 후 한 언론사 기자는 한국교육의 실상을 비판하는 교육단체들의 기자회견 자료를 들고 회의장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했다. “행사를 저해할 수 있어 반입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다음날 기자도 정보통신기술(ICT) 첨단교실관 수업 현장을 찾았다가 제지당했다. 어떻게 오게 됐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현장 수업을 기획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는 “학교 측이 불편해 한다”며 기자의 팔을 붙잡았다. 알리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는 의도가 읽혔다.

분과회의장에선 예정된 시간을 10~15분 넘기도록 장소도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거나 한국어 통역서비스조차 제공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2015 세계교육포럼 둘째날인 20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외국의 교육 관계자들이 회의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다. (출처 : 경향DB)


메인 행사장 현관 앞,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잡은 새마을운동 홍보관은 교육부가 무엇을 알리고 싶은지, 우리 교육시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높은 사람’이 학교를 찾으면 각본을 짜 연습하고, 국가 원수 순방길에 태극기를 흔들던 부모 세대 모습을 아이들에게 물려준 듯해 부끄럽고 미안했다. 누구를 위한 포럼인가 묻게 된다.


송현숙 정책사회부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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