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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우리의 삶이 여러 가지로 안정성을 잃고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또 무슨 일이 터져 얼마나 더 흔들릴지 걱정하며 살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마땅히 공공선의 확보와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우리의 삶에 안정과 희망을 주어야 할 정치, 경제, 남북관계 등 주요 분야가 하나같이 깊은 불안감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가? 우선 정치 분야를 보면,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정치지도자, 국가지도자로 태어나지 못하고 있고, 여당은 권력투쟁의 늪에 빠져 반쪽짜리 리더십마저 실종됐다. 

취임 100일을 겨우 넘겼는데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30% 안팎으로 떨어져 있다. 외교도 다가오는 경제위기의 극복과 우리와 후손의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미·중 양국에 대한 균형외교 요구를 무시하고 과도하게 친미·반중외교로 기울어져 있어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가 앞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갖게 될 것인지 국민들에게 확신을 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 현상, GDP를 구성하는 4대 요소인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의 위축, 그리고 국제 상품 공급망 구축과 관리의 어려움, 식량과 에너지 가격 불안정 등으로 초대형 복합 경제위기가 닥쳐오지 않을까 불안하다. 무엇보다도 더욱 피폐해질 서민들의 삶이 걱정이다. 극도의 소득격차, 부의 양극화는 어떤 정치·경제체제든지 간에 그 정통성을 붕괴시킨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렇다면 남북·한반도 분야는 어떠한가?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을 둘러싼 미·중 대결의 악화로 한반도가 첨예한 국제대결 무대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동아시아에서 대만과 함께 가장 위험한 화약고임을 부정할 수 없다. 만일 남북관계와 한반도 국제정치에서 파국이 온다면 우리의 정치·경제 분야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미 양국 정부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국협력 강화 외에 어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경제와 북한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광복절 경축사에서 5월10일자 조건을 재차 확인하면서 식량과 농업 관련 지원, 송배선, 항만과 공항, 의료 분야의 사회경제적 인프라 건설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등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그런데 이는 한·미 양국이 반복해왔던 ‘선 비핵화, 후 경제지원’ 제안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북한은 8월18일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김여정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거부했다. ‘담대한 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동족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됐다. 북한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또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윤 대통령에게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차원의 깊은 실망을 표현했다. 그리고 앞으로 윤석열 정부를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서 파국을 막은 열쇠는 예외 없이 남북관계 개선이었다. 남북한 간에 파국을 막기 위한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노력 없이는 강대국들의 협력을 기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아무리 어렵더라도 분단 77년, 정전체제 69년의 고통 그 자체인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병의 근원과 증후를 구별하고 증후 차원에서 꾸준히 고통을 감소시키는 노력과 함께 병의 근치를 위한 장기적인 차원의 노력을 지속해야만 한다. 어차피 한반도 문제에 대한 단기적인 해결은 난망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로서 ‘담대한 구상’을 넘어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 구상’을 제시해야 할 책무가 있다. 평화공존을 기반으로 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새로운 정립, 6·25전쟁 종전과 평화체제 수립, 비핵화, 대북 제재해제를 통한 주고받기 등 핵심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정책목표와 정책수단의 정합성’을 갖춘 장기적인 전략구상을 내어놓기를 희망한다.



<백학순 김대중평화회의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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