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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이 잘나가고 있다. 지지도가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을 앞서고 있다. 정책 면에서도 좌클릭을 통해 새누리당의 동반 좌클릭을 이끌어 내는 등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게다가 잠재적 대권주자들인 박원순 서울시장, 김두관 경남지사도 조만간 입당을 할 것으로 알려져 민주통합당의 상승세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민주당과 자유주의 세력이 지지도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내내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에 밀려온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양극화의 결과로, 다시 말해 분배의 실패로 민심이 돌아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대패를 했다. 그럼에도 이후 출범한 정세균체제는 뉴민주당 플랜이라는 이름 아래 민주당이 분배만이 아니라 성장도 중요시하는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엉뚱하게도 우경화로 나아갔다. 이를 생각하면 뒤늦었지만 다행스럽기 짝이 없다.

출처: 경향DB

 
민주통합당이 잘나가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이 워낙 다양한 방식으로 자살골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진보정치 세력의 무능과 자살골의 도움으로 진보적 유권자들의 지지까지 흡수하고 있다. 즉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통합을 하지 못하고, 유시민이 이끄는 국민참여당이 보수정당과 차이가 없는 정치공학적 계산에서 통합진보당으로 통합하고, 나아가 민주통합당의 좌클릭으로 차별성이 상당히 없어졌음에도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등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는 것은 잘나갈 때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두 가지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우선 ‘도로 열린우리당’의 경향을 넘어서야 한다. 20일 전에 있었던 당대표 경선결과를 보면 ‘도로 열린우리당’에 대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민주통합당은 민주당과 문재인, 한명숙으로 상징되는 친노세력의 ‘온건합리파’,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 등 개혁적 시민운동 세력, 한국노총이란 노동운동 세력, 박용진 진보신당 전 부대표로 상징되는 진보세력 등 다양한 세력이 연합해 출범시킨 ‘무지개 정당’이다. 

그러나 경선결과는 결국 호남을 중심으로 한 구 민주당 세력과 친노세력만이 살아남았고 시민운동 세력과 진보세력은 모두 패배했다. 구체적으로, 노동운동계는 출마도 하지 않았고 시민운동 대표인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과 박용진 진보신당 전 부대표는 패배하고 말았다. 결국 구 민주당과 친노세력이라는 열린우리당 세력만이 승리한 것이다. 그나마 노동운동 세력은 지명직으로 최고위원 자리를 하나 차지했지만 시민운동 세력과 진보정치 세력은 들러리만 선 꼴이 되고 말았다. 민주통합당이 발전하려면 이 같은 ‘도로 열린우리당’의 경향을 극복해야 한다.

다음으로, 작은 것에 집착하다 큰 것을 잃어버리는 ‘소탐대실의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들어 민주통합당이 잘나가면서 통합진보당이라는 진보개혁 세력 연합당과 진보신당이라는 진보정당과의 연대를 소홀히 하고 모든 것을 독점하려는 독식주의로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 예가 석패율제 문제이다.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표를 줄이고 국민의 뜻이 선거결과에 정확히 반영되는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즉 비례대표형 소선거구제로 가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통합당은 지역주의를 깬다는 명분으로 새누리당과 손을 잡고 독일식이 아니라 적지에서 낙선한 후보들을 비례대표로 살릴 수 있게 하는 석패율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거대 정당과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보장해 주기 위한 담합이다. 또 총선 연대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오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지방선거 승리 후 오만에 빠져 통합 야당을 깨고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어 정계에 복귀했다가 다음해 총선에서 패배하고 만 소탐대실의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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