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치 칼럼

문재인의 운명?

opinionX 2012. 2. 26. 22:11
나와 함께 격주로 정치칼럼을 쓰고 있는 김호기 교수가 두 주에 걸쳐 ‘문재인의 운명과 안철수의 선택’이라는 글을 통해 두 유력 대권주자를 다루었다. 나 역시 김 교수의 화두를 이어받아 이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문재인 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했던 6개월 전 나는 한 칼럼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인기는 거품이 아니라 상당히 지속될 것이며 문재인 카드는 손학규 카드 등과 비교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한국의 지역주의가 1997년과 2002년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가 남이가”류의 ‘정서적 지역주의’에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는 누가 전략적으로 유리한 후보인가 라는 ‘전략적 지역주의’로 고도화됐기 때문이다. 97년 신한국당 경선에서 영남은 지역 출신인 이수성 대신 충청의 이회창을,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호남은 지역 출신인 한화갑 대신 부산의 노무현을 찍었다. 

전략적 지역주의라는 현실에서 볼 때, 호남 출신의 정동영, 정세균 의원은 지역적으로 확장력이 부족하고 확장력을 가진 손학규 의원은 한나라당 대권경쟁에서 도태되자 당을 옮긴 ‘전향자’라는 씻을 수 없는 원죄를 안고 있다. 그러나 문 이사장은 원래 민주세력의 기반이었다가 90년 3당통합 이후 냉전적 보수세력의 텃밭이 되고만 부산·경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지역적 확장력이 있는데다가 손 의원과 달리 정통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 따라서 그의 인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는 경박함 같은 노무현 정권을 따라다니는 부정적 이미지와 달리 절제와 격을 갖추고 있기까지하다.

경향신문DB

 

이 같은 나의 예측대로 문 이사장의 인기는 계속 상승세를 그리며 야권주자 중 선두를 차지한 지 오래이다. 이 같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문 이사장이 넘어야 할 벽은 많다. 물론 총선에서 나타날 부산지역의 성적표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외적 조건을 넘어서 문제는 문 이사장 자신이다. 첫째, 정책적 콘텐츠이다. 문 이사장은 아직 선출직을 한 번도 거치지 않아 그의 콘텐츠에 대해 전혀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철학에 대해 국민들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특히 그의 생각이 노무현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그가 민주통합당의 대권주자들과 다른 국정철학과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친노만이 아니라 보수로부터 진보에 이르는 다양한 입장의 전문가들 이야기를 듣고 내공을 쌓아나가야 한다.

둘째, 노무현을 넘어서야 한다. 이 점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중요한 반면교사이다. 박 위원장은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 비판들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등 아버지를 넘어서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발전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다. 문 이사장은 이 같은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과를 냉철하게 평가해 잘못한 것은 과감하게 비판을 하고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런 것 같지 않다. 노무현 정부의 잘못을 일부 시인하고 있는 경우도 상황론 등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 FTA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로 상황이 변해 이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불과 일년 뒤에 일어날 금융위기도 모른 채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의 위험에 대한 진보학자들의 경고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조적 진보”라느니 “학자들은 좋겠다”느니 조롱하며 밀어붙인 것은 무능의 극치가 아니었는지 정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셋째, 권력의지이다. 그는 대권까지의 흙탕물에서의 이전투구를 이겨나가기에는 너무 깨끗하고 권력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아직도 갖게 한다. 이 점에서 확실한 자기결심을 해야 한다. 결국 자신과의 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 전략적 지역주의 등 여러 면에서 문 이사장과 비슷한 자원을 갖추고 있는 김두관 경남도지사에게 밀려나고 말 것이다. 다시 말해, ‘문재인의 운명’은 ‘김두관의 운명’으로 바뀌고 말 가능성이 크다. 결국 문제는 문 이사장이 이 세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는 것이다. 노무현을 넘어서 문재인인가?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인가?

'정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탈북자, 희망텐트, 강정마을  (0) 2012.03.11
안철수의 선택  (0) 2012.03.04
‘껌찰’과 형님  (0) 2012.02.08
‘도로 열린우리당’을 넘어서  (1) 2012.02.05
정치개혁, 물갈이 보다 정치구조를 바꿔라  (0) 2012.01.25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