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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정말 흡연자들이 담배 끊기를 원하는 것일까. 지난 20년간 담배를 피워온 흡연자의 입장에서 이번 담뱃세 인상은 참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일터의 노동자로 살아가며 수많은 스트레스를 담배 한 모금으로 해소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애환을 공감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담배의 유해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암을 비롯해 각종 질환의 원인이라는 것을 흡연자들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담배를 끊는 것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 나 역시 과거에 담배를 끊기 위해 금연침도 맞아보고 전자담배도 피워보고 보건소에서 나눠주는 무료 패치도 붙여봤지만 번번이 금연에 실패했다.
정부는 이번 담뱃세 인상의 목적이 오로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것처럼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흡연자들이 내 온 세금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그동안 국민건강증진기금은 대부분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는 데 쓰였고, 금연사업 비중은 3~4%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거둘 건강부담금도 28%만 금연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하니 정부가 흡연자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약속은 벌써 무색해 보인다.
지금 이 순간 정부에 진심으로 묻고 싶다. 정말 국민들이 담배를 끊어서 건강해지기를 원하는지 말이다. 암에 걸려도 담배의 중독성 때문에 금연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정부가 정말 국민들이 담배를 끊고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면, 담뱃값만 천정부지로 높일 것이 아니라 실제로 흡연자들이 금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만이 정부의 증세 결정에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기존과 같이 보건소에서 무료 패치를 제공하는 수준이라면 흡연자들은 이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금연 보조용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기침하는 재떨이, 흡연금지 벽시계, 금연저금통, 금연초 (출처 : 경향DB)
하루 살 길이 빤한 자영업자나 월급쟁이 입장에서 낮시간에 시간을 따로 내 보건소를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집이나 직장 근처 어느 병원에서나 쉽게 금연 진료나 교육 상담을 받을 수 있고, 금연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비싼 치료제도 경제적 부담 없이 처방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몇 주짜리 복잡한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해 서약서를 쓰거나 캠프를 가야만 치료 혜택을 준다면 정부에선 생색이 날지 몰라도 실질적인 금연 지원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어 담배를 피울 수도 없고, 혼자 의지만으로 담배를 끊기도 힘든 1200만명 흡연자들을 대변해, 부디 정부가 담뱃세를 올릴 때만큼만 속도를 내서 흡연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금연 지원 대책을 마련해주길 강력히 건의한다.
구자풍 | 농업인·충남 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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