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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친했던 네 명의 친구, 소위 사총사 중에서 가장 결혼을 빨리할 것 같았던 친구 두 명은 아직까지 독신가구이다. 나의 친한 친구 중 절반이 1인가구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결혼 안 한 두 명 중 한 친구는 결혼을 ‘못한’ 미혼이고, 또 다른 친구 한 명은 결혼 자체에 관심이 없는 ‘비혼’이다. 미·비혼 친구 두 명은 집에서 독립하여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름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나이 5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미혼인 친구는 “주은아, 나 아직 결혼 포기한 것 아니야.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라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최근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총 가구 중에서 1인가구의 비율은 23.9%를 차지하고 있다. 조만간 1인가구가 주된 가구유형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성 1인가구와 여성 1인가구의 증가 모두 미혼 독신가구의 증대가 가장 큰 영향요인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이웃 네 집 중 한 집은 나홀로 가구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홀로 가구의 성(性)에 따라 처해 있는 상황은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여성 혼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주인 없는 사람’으로 취급을 받기도 하고 각종 성범죄에 노출되기도 쉬운 상황이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1인가구 골드미스는 ‘여성 혼자 사는 집’일 수 있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고자 원룸 오피스텔이 아닌 큰 평수의 아파트를 선택하기도 한다. 실제로 1인가구인 여성 후배는 집에서 부득이하게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을 때 1인분이 아니라 2인분을 배달시킨다. 다른 1인가구인 여성 후배는 현관 입구에 남자 구두를 가지런하게 갖다 놓았다. 남겨져서 음식물쓰레기가 되는 자장면, 주인이 없는 남자 구두는 ‘두 명이 사는 집, 남성이 거주하는 집’이라는 표징이다.



우리 사회는 자녀가 있는 기혼 중심의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성애 관계의 기혼자는 중심에 있고 독신가구는 주변부에 머물게 된다. 그러다보니 혼인하지 않은 가구는 늘 주변의 ‘호기심 천국’이 된다. “왜 결혼 안 하셨어요(‘그럼 너는 결혼 왜 했느냐?’)” “왜 애인 없으세요?(‘없는 거 알면 소개 좀 해주든가?’)” “왜 아이가 없으세요?(‘너는 어쩌다가 애를 다 낳게 되었니?’)”라는 말은 1인가구의 허파를 뒤집게 하는, 잘못된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기혼자, 즉 중심에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상황이 ‘정상’이기 때문에 “왜 결혼했는지?” “왜 애를 다 낳게 되었는지?”라는 물음은 제기되지 않는다. 사실은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도대체 기혼들은 왜, 어쩌다가 결혼했는가!”


고령화에 따른 1인가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1인가구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에 각종 세금을 가장 많이 내지만 세액공제, 주거 지원 등에서는 거의 혜택이 없다. 국가를 위하여 세금을 가장 많이 낸 만큼 각종 범죄로부터 안전한 보호를 받고 있지도 않다. 가끔 속 뒤집는 질문을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가의 재생산을 위협한다고까지 평가받는 ‘초저출산’까지 겹치니 가끔은 ‘매국노’와 비슷한 취급을 받기도 한다. 주변의 독신가구의 잠재적 공포는 ‘DKNY(독거노인)’와 ‘고독사’이다. 가정의 달에 소외될 수 있는 1인가구의 생존분투기와 잠재적 공포를 이해하고 가족 구성의 다양성에 눈을 돌릴 때이다. “근데 미혼 친구들아. 이제 내 주변에서 괜찮다 싶은 남자는 게이 아니면 유부남인 걸 어떡하냐. 이제 내가 놀아주고 돌봐 줄게."



조주은 | 국회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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