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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불매운동을 할 수 있나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잡지 ‘빅이슈’를 불매하겠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다. ‘빅이슈’는 노숙인 등 홈리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독립을 돕기 위해 창간된 잡지다.

불매운동이 벌어진 경위는 이렇다. ‘빅이슈’ 최근호는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 1주기를 맞아 관련 칼럼을 실었고, 한 독자가 ‘빅이슈’에 이 글이 게재된 이유를 물었다. ‘빅이슈’ 측이 편집 방향에 맞춰 실린 글이라는 답을 보내자 이 독자가 커뮤니티에 해당 글을 캡처해 올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동안 홈리스한테 도움 줄까 해서 사왔던 잡지가 꼴페미 잡지였다. 이젠 ‘빅이슈’는 안 보는 것으로 하고 다른 방법으로 기부하는 방향을 알아봐야겠다.”

게시글에는 “노숙인을 페미니즘에 이용하는 건가 보다” “이제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분들 자립을 위한 거라서 불매하려니깐 영 마음에 걸리네요” 등의 댓글들이 달렸다. 결론은 “빅이슈, 안녕”으로 모아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불매운동에 대한 비판과 함께 ‘빅이슈’의 주독자층이 알려지며 불매운동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주요 고객층의 90% 이상이 20·30대 여성으로 알려진 ‘빅이슈’는 ‘20대 여성의 빅이슈 잡지 구매 행위와 사회적 의미’라는 학위 논문이 나왔을 정도로 유명해졌다”는 2년 전 기사의 한 구절이 SNS에 널리 퍼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빅이슈’ 구매자 성비 충격적이다. 남자 임금의 60% 받고 살고, 모금하고, 더치페이도 하는 여자들”이라고 말했다. “2030 여자 구매 9할 이상으로 유명한 잡지 아닌가” “불매운동은 사다가 안 사야 가능한 거”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여성 이슈’를 다뤘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에 반대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노숙인의 인권보다도 여성 인권의 배제가 우선이라는 태도” “저들의 기분에 이 약자들의 인권이 맡겨져 있다는 태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은 차별주의자들의 주장, 즉 약자 인권은 법과 사회에 의해 보편적으로 보장받을 권리가 아니라 강자의 본위에 의해서 허용되는 것이라는 인식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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