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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이 ‘생리’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05년 쓴 단편소설 ‘언니의 폐경’에서 묘사한 장면 때문이다. “뜨거워. 몸속에서 밀려나와”로 시작하는, 중년의 여동생이 언니의 생리혈을 처리해주는 장면은 단락째 캡처돼 인터넷을 떠돌았다. 여성들의 실제 생리와는 동떨어진 묘사, 성적이고 관음증적인 시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언니의 폐경’은 안 읽어도 문제의 장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가 됐다.

논란은 김씨의 ‘해명’으로 되레 더 커졌다. 장편소설 <남한산성> 100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씨는 “여자를 생명체로 묘사하는 것을 할 수는 있지만 역할과 기능을 가진 인격체로 묘사하는 데 서투르다. 여자에 대한 악의나 편견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들끓었다. “인류 절반을 인격체로 묘사하는 데 서투르다는 것 자체가 악의”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대놓고 말하는 타칭 대문호”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만약 어떤 ‘거장’이 흑인이나 유색인종을 나와 같은 인격체로 묘사하는 데 서투르다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고 비판했다. 다른 이용자는 “기울어진 세상에서 살면서 편견 없는 사람이 어딨나. 편견 있는 게 디폴트이고 문명인이니까 고치고 억누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씨가 2000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여자들한테는 가부장적인 것이 가장 편안한 것”이라고 한 말이 다시 알려지며 김씨의 ‘성차별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언니의 폐경’은 200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이다. 당시 심사위원 5인이 모두 남성이었고, ‘정확함’ ‘힘’을 갖추고 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는 점에서 한국 문단의 남성중심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남한산성> 100쇄 기자간담회에서 김씨는 “역사나 시대의 무게를 벗어나 판타지 같은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트위터 이용자는 말했다. “이미 썼잖아? 생리가 시작하니까 ‘뜨거워, 몸속에서 밀려나와’ 같은 소리를 하는 여자와 피 묻은 속옷을 잘라 벗기고 휴지 대신 생리대로 피를 닦아내고 버리는 여자가 나오는 판타지.”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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