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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서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문자메시지는 “Happy New Year”이다. 그리고 스웨덴 출신의 팝그룹 ‘아바(ABBA)’의 ‘Happy New Year’ 음악도 덩달아 몇 번 듣게 된다. 어쩌면 국민 팝처럼 인식되기까지 하는 아바의 노래들. 아니에타와 애니프리드, 단 두 명의 여성이 만들어내는 천상의 하모니는 듣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선율을 선사하였다. 최근에는 아바 노래 27곡으로 구성된 <맘마미아>라는 제목의 뮤지컬영화가 전 세계에서 상영되고 있다.

맑고 청아한 음색의 아바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지만 아바가 활동한 10년(1972∼1982년)의 활동 시기는 기혼 음악인들에게도 소위 ‘일·가족 갈등’이 시작되던 때였다.

복지의 천국, 공보육이 가장 선진적으로 발전했다고 알려진 스웨덴에서도 음악가들의 보육고민을 완전히 해결해주지는 못하였나보다. 아바는 두 명의 부부(아니에타와 비요른, 애니프리드와 베니)로 구성되었던, 이색적인 조합의 팝그룹이었다. 영어권이 아닌 스웨덴이 낳은 최초이자 최후의 세계적인 뮤직스타였고, 이들의 독특하고 화려한 무대의상은 당시 뉴욕뒷거리의 성소수자 클럽에서 시대적 아이콘이 되기도 하였다. 아바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전 세계 순회공연을 다니게 되면서 아바의 내적 갈등은 시작되었다.

 

스웨덴 출신의 4인조 혼성그룹 '아바' (경향DB)

당시 둘 다 초혼이었던 아니에타와 비요른 사이에는 두 명의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아니에타는 아이들을 남겨둔 상태에서 해외 순외공연을 원하지 않았고 비요른은 음악인에게 찾아온 행운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에타는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어하였고 비요른은 아이들을 잠시 유모에게 맡겨둔 상태에서 음악과 가정생활을 병행하기를 원하였다. 아니에타는 따뜻하고 다정한 남성이면서 음악적 감수성과 재능이 풍부한 천재 음악가이자 남편인 비요른을 몹시 사랑하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녀보살핌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혀지 못하였다. 결국 두 사람은 1978년 이혼을 공식선언하고 힘들게 음악활동을 몇 년 동안 유지하기는 하였지만 1982년에 공식적으로 해산을 선언하였다.

아바의 곡 중 1980년 7월에 발표된 ‘The winner takes it all’은 아니에타와 남편 비요른 사이에 있었던 10년간의 사랑과 결혼 후 이별의 심정을 아프게 그려내고 있다. 아니에타는 사랑의 아픔을 절제된 가사로 그려낸 ‘The day before you came’을 아주 처연한 감정이 묻어나도록 슬프게 부르다가 음악생활을 정리한다. 그 후 우리는 아바의 음악을 테이프, CD, 뮤직비디오, LP로 들으며 가슴에 묻어두게 되었다. 아니에타는 두 명의 아이들과 스톡홀롬의 오지로 들어가 철저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얼핏 가볍고 경쾌해 보이기만 한 아바의 노래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 인생의 깊이가 묻어나는 곡들을 대중에게 보여주었다. 엄마로서의 역할과 음악인으로서의 갈등이 해체의 원인이 된 안타까운 사연을 음미하노라면, 평범하던 아바의 음악도 새롭게 들릴 수 있다.

새해 많이 듣게 되는 아바의 노래 ‘Happy New Year’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상 모든 이웃들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기 바라요. 모든 희망과 도전할 의지를 갖기를 빌어요. 그렇지 않으면 누운 채 죽어 있는 것과 다를 게 없잖아요.” 가사가 주는 메시지처럼 2014년을 맞아 우리 모두 산 송장 같은 삶이 아니라 살아 팔팔 움직이며, 세상 모든 이웃들과 친구가 되어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말에 칼럼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 큰아이는 모 대학교에서 체육실기시험을 치르고 있다. 나 역시 어머니로서의 역할과 직장 등 사회가 부여한 역할 사이에서 늘 갈등한다. “오늘만은 나를 한국의 아니에타로 불러주오~. 그렇지만 나중 내 일을 포기하거나 은둔생활을 하지는 않을 것이오~.”

조주은 | 국회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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