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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해 벽두부터 경기 의정부 아파트 대형 화재로 12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끊임없이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된 참사는 이제 연례행사가 된 듯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는 참사 이전과 이후 우리의 안전의식과 안전망이 분명 달라져야 하고 달라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연이어 터지는 참사를 보면 이 또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번 의정부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를 보면 우리 건축물들이 얼마나 허술하게 지어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11층 이상부터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하고 있는 허술한 소방법,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불에 타기 쉬운 방염처리가 안된 외장재(커튼월) 사용, 화재 시 각종 유독성 발암물질을 내뿜는 내장재 시공, 방화문이나 경량 칸막이 미설치, 허술한 화재경보 시스템 등 지적을 하자면 끝이 없다.

12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열린 유관기관 합동 현장감식에서 감식반이 건물 사이를 조사하고 있다. _ 연합뉴스


2013년 12월11일 부산에서 일가족 4명이 화재로 사망한 사례를 보자. 집 안에 연기가 차 오자 마땅한 대피공간을 찾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가족 모두가 사망했다. 1992년 7월 건축법 개정으로 아파트의 경우 3층 이상은 경량 칸막이를 설치토록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임의조항이었다. 이후 2005년 방화문이나 대피공간이 있으면 경량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화재 시 베란다로 대피하면 인명구조의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베란다를 확장해 거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게다가 칸막이나 대피공간은 세탁기 및 선반, 붙박이장 등 짐칸으로 변형됐다. 예전에는 소방시설을 전수조사토록 했으나 이명박 정부 때 샘플조사로 바꾸는 내용으로 소방법을 완화했다.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2012년 발표에 의하면 총 4만3247건의 화재 중 24.7%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사망자 257명 중 69.26%인 178명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엔 옆집과의 칸막이 설치 기준을 정하고 있다. “화재 시 이 벽을 파괴하고 옆집으로 넘어 가십시오”라는 문구가 여기에 붙어 있다.

우리나라 건축물 구조는 화재 시 그 건물 자체가 감옥이자 저승길이 되는 구조다. 아울러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도 무더운 여름철 화재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 건축물은 갈수록 고층화, 대형화되어 가고 있다. 2중 3중의 철저한 안전시설을 갖추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 또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택, 주거 소비자들은 실내 인테리어에 못지않게 화재 시 대피 등 안전시설에 대한 관심도 적극 가져야 한다.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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