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 2월5일 광주광역시 아파트 단지 인근 옹벽 붕괴사고로 무려 40대 가까운 차량이 토사에 묻히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장마철이었다면 자칫 더 큰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터라 ‘제2의 우면산 산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2~3월의 해빙기에 접어들면 재해 발생의 위험은 더 커진다. 재해는 우리 주변에 상존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 하면 재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의 급경사지는 2014년 기준 총 1만3599곳으로 3년 전 1만3027곳에 비해 572곳이 더 늘어났다. 생활주변 붕괴사고로 인한 피해도 증가 추세로 2011~2012년 8.94%(33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시설물 관리와 시공부실 등이 36%를 차지했다. 사전예방 차원의 대책 수립에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30년간 집중 개발시대의 부실시공과 노후화로 취약 시설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다중이용시설의 증가, 생활공간의 밀집화 추세를 고려할 때 재해 발생 시 그 피해 규모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련 기관별로 본격 해빙기를 앞두고 3월 말까지 취약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점검도 중요하지만, 해당 시설의 방재와 관련한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지 않고 자연적·인위적인 다양한 재해 유발요인의 위험도와 피해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산 계곡 고드름이 녹아 떨어지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를 위해 환류체계를 구축해 범정부 차원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이와 동시에 최근 점차 증가하고 있는 자연재해 발생 등 위기 시 빠른 의사결정과 이에 대처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개선 등 장기적인 재해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각 기관별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재해 발생 때마다 원인규명과 피해복구 등 사후대책 등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안전처의 출범을 기해 신속하고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재난재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재해는 언제나 방심(放心)을 파고든다. 특히 동결과 융해가 반복되어 지반이 약화되는 해빙기를 맞아 각종 노후 취약시설에 대한 점검과 사후관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1달러를 재해예방에 투자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4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주변에 노출되어 있는 재해환경에 대비한 인력 확충과 장비의 전문·고도화를 서둘러야 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고 국민 안전의식을 높여 나가는 데 민·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


진규남 | LH 토지주택연구원 실장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