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원자로 격납용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았듯이 원전의 가장 중요한 안전설비 중 하나다. 원자로가 녹는 상황에서도 격납용기가 적절하게 기능했다면 사고 피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계속운전을 위해 새롭게 인허가 승인이 되는 시점에서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 적용된 안전기준이 계속운전 시점에서 적용되는 최신 안전기준과 차이점을 분석·평가해 최신 안전기준 수준으로 개선시켜야 한다(원자력안전법 시행령 38조 2항).

중수로는 매일 사용후연료를 배출하는데 이때 격납용기의 압력경계인 볼밸브가 열려서 40분 격납용기가 개방되면 유일한 격납용기 압력경계가 물(수두 3M)이 되고 이 물이 견딜 수 있는 압력은 고작 대기압의 3분의 1 수준이므로 격납용기 압력경계가 매우 취약한 상태로 노출된다. 이를 감안해 1990년대 초에 설계되어 현재 가동 중인 월성 2·3·4호기에는 R-7을 적용해 격납용기 수문과 주증기관격리밸브와 함께 격납용기 관통배관 이중 차단밸브 설치 등 압력경계 강화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격납용기 안전요건인 R-7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계속운전심사보고서를 작성, 지난해 10월2일 공개하고, 문제없다는 검토보고서를 전문위원회가 지난 1월15일 제출했으며 결국 지난달 26일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안전성 개선을 요구하기 위한 의견 개진, 기자회견과 원안위 회의에서 참고인 설명, 국회 공개토론 등 다각도로 노력했으나 자료 공개도 하지 않고 문제없다는 일방적인 답변으로 시종일관하다 지난달 26일 35차 원안위 회의에서 합의없는 표결로 계속운전을 강행시킨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해 매우 통탄스럽게 생각한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월성 2·3·4호기의 안전수준에도 못 미치는 30여년 전의 취약한 설계를 개선 없이 통과시킨 것은 우리나라 원자력계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계속운전 승인과정에서 규제기관은 자료 공개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믿어달라, 월성 2·3·4호기에 적용된 R-7이 안전성 개선에 효과 없다, 국민 눈높이 안전 요구는 돈이 많이 든다, 월성 2·3·4호기에 적용된 R-7은 우리나라 요건이 아니므로 월성 1호기 계속운전에는 적용이 불필요하다 등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독립된 입장에서 안전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모습이 아니라 경제성과 사업자 입장에 치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폐쇄적이고 독립성도 없이 진흥에 의해 안전이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달 27일 새벽 1시10분쯤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방청객들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표결 강행에 항의하자 원안위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_ 연합뉴스


품질 문서 위·변조, 각종 원전비리 등 구조적인 문제로 최근 총체적 비리의 온상으로 비치고 있는 원전산업계가 그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추진했다는 안전과 청렴을 위한 자정노력에 실제로 어느 정도 효율성과 진정성이 있는지도 의문시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현안임에도 일부 과학기술자 및 극소수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무기로 원전의 안전 관련 문제점을 은폐하고 국민과 정부를 호도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일방 통과시킨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이제는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을 누가 말할 것인가. 부실한 원자력 안전을 위해 시민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시민 생존권 차원에서 책임감 있는 독립적인 안전감시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이정윤 |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