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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행실은 이미 미주알고주알 구설에 올랐으니 새삼 들출 필요는 없겠다. 최근에는 김관용 경북지사를 지지하는 행사에서 한 그의 연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는 그것을 동영상으로 보았다. 그가 마이크를 잡더니 “이완영은 청문회 스타다. 맞습니까?”라고 외친다. 행사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목청껏 “맞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잠시 얼떨떨하던 기자들이 바삐 카메라를 움직인다. 그가 큰 뉴스거리를 또 하나 만드는 순간이다. 청문회 스타를 자칭하는 국회의원 이완영이나 그를 치켜세우는 청중이나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는 늘 이렇게 좋지 않은 일로 미디어의 초점에 있었다.

청문회 초반이었다.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던 그가 ‘재벌회장들이 나이도 많고 건강도 염려되니 일찍 집에 보내드리자’고 쪽지를 써서 서슬이 시퍼렇던 청문회 분위기를 졸지에 애완견 재롱 무드로 만들었다. 그리고 고영태를 몰아붙이다가 뜬금없이 ‘고영태는 최순실을 좋아하느냐, 존경하느냐’라고 물어서 청문회는 삼류만화가 되고 말았다. 자칭 청문회 스타, 국회의원 이완영의 명성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완영 의원

그가 이렇게 온몸으로 청문회의 물을 흐려 놓고 있을 때도 사실 나는 남들만큼 그를 심하게 비판하지 않았다. 그가 노동부 공무원을 하고 있을 때부터 조금 알고 있었으며, 그가 고향 근처를 왔다 갔다 할 때 몇 번 만나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좀 모자라기는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연설 동영상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는 모자라기도 하지만 참 나쁜 국회의원이다.

이어진 그의 연설은 귀를 의심케 했다. “제가 좌빨들로부터 공격도 많이 당했습니다. 18원 후원금이 5000명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저는 버텼습니다.” 아연실색할 말이다. 18원 후원금이 그의 기분을 나쁘게 했을 수는 있었겠다. 불평을 하든 말든 거기까지는 그의 자유다. 문제는 그가 그 후원금을 보낸 사람들을 ‘좌빨’이라고 선동한 것이다. 그는 군부독재자들이 민주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사용한 색깔론을 들고나왔다.

18원 후원금을 보낸 사람들이 좌빨이라니. 그의 연설을 듣고 기절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좌빨이란 ‘좌파 빨갱이’라는 뜻이 아니던가. 18원 후원금을 좌파라 하는 것도 부당하지만 그것을 빨갱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가당치 않은 말이다. 빨갱이란 공산주의자를 가리키는 것이고, 북한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여 얼마나 많은 민주주의자들을 감옥으로 보내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던가. 그것을 생각하면 국회의원 이완영의 말은 섬뜩하다.

그는 이미 사드를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을 좌파 종북세력들이라고 하여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성주군민들이 얼마나 기가 막혔으면 김제동이 했던 말을 빌려 “야, 우리는 종북이 아니라 경북이다”라고 했겠는가. 억장이 무너진 성주군민들은 자기 지역출신 국회의원 이완영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사드보다도 그의 색깔론이 더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누리당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보수 쇄신을 도모하고 있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목을 잘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이완영의 말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며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언행이다. 그가 행사장에서 “이완영, 됐나?”를 선창하자, 참석자들은 “됐다”라고 소리쳤는데 내가 보기에는 결코 ‘됐다’ 할 일이 아니다.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빨갱이로 색칠을 하여 왕따시키는 이 낡은 정치문화를 그대로 두고 자유한국당은 어떤 보수 쇄신도 말할 자격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때문에 역사적 지탄을 받고 있는 이 국면에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흔들어대고 있다.

의견이 다른 사람을 좌빨론으로 제거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다. 자유한국당은 오랫동안 이런 방식으로 권력을 잡았다. 그런데 지금은 바로 그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냉전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이용하여 보수를 지탱해왔으나 이제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것이 낡은 보수가 직면한 위기의 일단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말인가?

자기 고향사람들까지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국회의원 이완영의 무도한 발언은 이 나라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테러다. 자유한국당이 이런 심각한 반체제적 언동을 그냥 둔 채 어떻게 변했다고 국민들에게 얘기할 것인가.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돈 받아먹고 성희롱한 국회의원보다 더 위험한 후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일 | 영남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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