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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은 | 국회 입법조사관


 

“주은아, 나 어떡하니. 우리 애 회장 됐어.” 업무 중 친구로부터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의 내용은 펑펑 울고 있는 이모티콘도 함께 나에게 전송되었다. 12년, 9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 회장은커녕 줄반장 한 번도 못해본 아이 둘을 둔 나 같은 엄마에게 그런 문자내용은 일종의 ‘자랑질’에 해당할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나는 그 친구의 문자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리고 만다.


성격이 적극적이고 또래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자녀를 둔 부모는 얼마나 행복하랴마는 그것조차 요즘에는 고민이 되는 부모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힘든 가족은 한부모 가족이 아닐까 싶다. 2010년 기준 전체 가족형태 중에서 한부모 가족은 9.2%나 된다. 


서울 충무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손팻말을 들고 학생회장 및 부회장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DB)


그럼에도 우리 학교사회는 ‘모든 학생들은 양부모가 있는 핵가족을 구성하며 살아가고 있고, 엄마는 전업주부이며, 엄마들은 자녀를 위하여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존재’라는 잘못된 전제를 갖고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전제의 바깥에 있는 한부모 가족, 직장맘은 물론 대한민국의 어머니들 모두의 눈에 피눈물이 맺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힘겹게 혼자서 키운 자식이 급우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회장이 됐다면 뛸 듯이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학교가 회장의 어머니에게 요구하는 시간과 경제력이 지나쳐서, 하루하루를 쫓기듯 살아가는 빈곤한 한부모에게 기쁨보다는 부담을 안겨주는 슬픈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근무를 해야 할 시간일 수 있는 평일 낮시간에 소집하는 학교의 학부모 총회.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인사를 마치면 각종 학부모 조직들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진다. 아이들 등교 때 교통지도를 하는 일명 ‘녹색어머니회’는 신청자가 없는 편이기 때문에 통상 회장 엄마가 자원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어머니들은 어렵게 시간을 내서 아이가 공부하는 교실도 둘러보고, 담임선생님과 면담도 하기 위하여 참석한 학부모 총회에 다녀온 후 “다음부터는 절대로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하기도 한다.


가족형태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고,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학교사회가 일부 어머니들의 노동력으로 유지되고 있는 도서관 사서, 시험감독원, 급식 도우미, 환경미화원, 교통경찰, 학교행사 도우미 등에 대해서 인원 충원을 하면 안될까?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까? 또 얼마나 많은 어머니들이 학교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한부모의 자녀들이 한부모를 결핍으로 느끼지 않게 될까? 자녀의 회장 당선을 부담이 아닌 보람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학교가 투명하고 민주적인 사회로 하루속히 정착될 수 있기를. 다양한 가족형태의 어머니들이 신바람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그럼에도 난 자식이 회장이 된 그 친구가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친구야, 부럽다. 더 잘될 거다. 걱정하지 말고.” “큰애야. 너는 끝끝내 회장 한번 못 해보고 졸업하겠네, 사랑하는 원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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