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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가 포스코를 상대로 ‘장기전’에 돌입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준양씨를 소환한다고 수사가 끝나는 게 아니다. 포스코 수사는 연중 지속한다. 포스코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준양 전 회장을 필두로 일찌감치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전 포스코그룹 최고위층과 별개로 그룹 전반을 샅샅이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_경향DB


사람 몸에 곪거나 썩은 곳이 있으면 수술을 해야 하듯 기업에 비리가 있으면 수사해 바로잡아야 한다. 문제는 정교함과 신속성이다. 검찰 특수부는 치밀한 내사로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린 상태에서 공개 수사로 전환해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간 특수부가 여러 수사에서 신속하게 ‘거악’을 잡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특수부가 압수수색을 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하면 사실상 ‘게임 끝’이었다.

그러나 포스코 수사는 이런 모습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지난 3월13일 포스코건설의 자체 감사자료를 바탕으로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에 나설 때만 해도 정 전 회장 등 고위경영진은 물론 이명박 정부까지 순식간에 겨냥할 것으로 보였다 .

이후 100일이 넘었지만 정동화 전 부회장 구속영장조차 기각되는 등 수사는 애초 예상됐던 진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깃털’ 격인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원 10여명을 하청비리 등으로 구속한 검찰은 이제야 포스코의 인수·합병(M&A) 과정을 새로운 수사 타깃으로 설정했다.

실력이 뛰어난 외과의사는 아픈 곳을 정확히 찾아 예리한 메스를 댄다. 수술 시간도 최소화한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기업 수사에 관해 “환부만 도려내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포스코는 어디를 수술받는지도 모른 채 장시간 수술대 위에 누워 공포에 떨고 있다. 민간기업을 연중 수사해 정상화하겠다니, 검찰이 ‘기업감독원’인가.


홍재원 사회부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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