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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과 함께 행복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상고법원의 더 나은 사법서비스, 공정한 사회를 향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다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으로 다가갑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 대법원 청사마다 상고법원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쉽게 볼 수 있다. 대법원 인터넷 홈페이지도 첫 화면에 상고법원 홍보물들을 큼지막하게 배치했다. 상고법원이 이미 생긴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상고법원 개념도_경향DB


요즘 대법원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결론은 늘 상고법원으로 귀결된다. 대법원은 올해 상고사건 수가 4만건이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법관 1인당 사건 수가 3077건을 넘게 된다. 고법원은 이처럼 상고사건 수가 급증함에 따라 대법원이 해결 방안으로 제안한 것이다. 판결이 엇갈리는 사건이나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건 외에는 대법원이 아닌 상고법원이라는 별도 법원에서 심리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관심 밖이다. 상고법원 설치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상고사건이 많은 것은 1·2심 판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고법원 설치보다는 1·2심을 충실히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다.


여론과는 별개로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에 모든 것을 걸었다.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 가동, 대법관 후보 추천 대상자 명단 공개 등을 내놓은 데 이어 이달부터는 ‘전원합의체 소위원회’를 신설한다고 한다. 좀 더 많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올리겠다는 취지이다. 대법원의 그간 행태와 비교하면 반응속도가 놀랍다. 그동안 대법원의 문제로 제기된 모든 것들에 처방을 한꺼번에 내놓고 있다.

잘못을 고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법부의 목표 관철을 위한 처방이라면 곤란하다. 최근 대법원이 내놓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인정 등 일부 전향적 판결이 상고법원 도입에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법조계 일각의 평가가 오해이길 바란다.



김경학 사회부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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